
홍어삼합 한겨레 자료 사진을 생성형 인공지능(AI) 퍼플렉시티에서 변환해 만든 일러스트.
전남 목포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홍어가 나왔다. 삭힌 홍어도 많이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생홍어는 목포 출신 친구의 조문객이 되고서야 처음 먹어보았다. 검은 옷을 입어 유독 창백해 보이는 상주가 삼합을 많이 먹고 가라고, 홍어가 아주 싱싱하다고, 자기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모른다고 인사하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업체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이 좋고 잘 익은 묵은지에 촉촉하게 삶은 수육, 그리고 떡처럼 차진 홍어를 차곡차곡 쌓아서 한 젓가락에 집어 입에 넣었다. 뜨겁고 새까만 된장국으로 목을 축이고 짠기를 씻어내려 쌀밥을 한 숟갈 먹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삼합. 전라도는 역시 다르구나, 감탄하며 빈속도 아닌 위장에 열심히 밥을 넣고 꾹꾹 씹었다. 끈적한 살, 부드러운 살, 가닥가닥 찢기는 살, 아삭한 살, 동식물의 살들이 입안에 가득 들어차서 목이 메었다. 평소보다도 잘 먹어주고 싶었다. 내내 굶은 사람처럼 식사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하면 매번의 저작운동이 죄스럽게 느껴진다. 장례식에서 입을 움직이는 기분은 왜 이렇게 이상한 걸까?
지난가을 아빠의 장례식에 오랜 친구들이 한 아름 찾아왔을 때, 꼭 내 친정처럼 편안한 그 사람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내가 앉자마자 사람들은 약속한 듯이 밥을 먹으라고, 먹어야 산다고 당부했다. 정말이지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악착같이 먹으며 버티고 있었다고 대답하고는 증명할 게 있는 사람처럼 젓가락을 들고 입을 벌렸다. 갓 나와서 따뜻한 명태전 가장자리가 마른 혀에 닿자 누가 명치에 주먹을 지른 듯이 숨이 막혔다. 오그라든 내 어깨와 등을 사람들이 연신 쓸어주었다. 일회용 접시 위로 꺽꺽 숨을 뱉고 눈물을 흘리고 있자니 내 몸에는 공기와 수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징그러웠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내 살아 있는 세포들은 음식을 만나면 응당 일한다. 소금과 기름을 감지하고 침샘에 물을 채우며 움직이는 턱관절에 혈액을 보낸다. 먹는 일이 내게는 그렇게나 쉽고 자연스러워서 고통스러웠다.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아기 보듯 응원하는 가운데 밥을 넘겼다. 그리고 우물우물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기 밥이 정말 맛있어요. 얼른 먹어요. 많이 먹고 가요. 사람들은 오가며 많은 음식을 먹어주었다. 뭐가 맛있었다는 후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차린 밥처럼 기뻤다.
사흘 동안 수많은 일회용기가 쓰레기통에 가득가득 쌓였다. 희고 노란 기름이 묻은 접시, 주황색으로 물든 접시, 과자 부스러기가 내려앉은 접시, 개별 포장된 떡만 잠깐 받치고 있었기에 새것같이 뽀얀 접시…. 모든 장례식이 이 정도로 물품을 많이 쓴다면, 아빠가 건너간 그곳이 어디든 그곳 또한 쓰레기로 붐비는 게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많은 쓰레기를 단 며칠 만에 만들었다. 음식을 추가 주문할 필요가 있을지 꼼꼼히 따져보리라 다짐했지만, 상조회사의 판단을 의심 없이 따르는 것 외에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힘은 우리 중 아무에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빠라면 장례식에 군더더기가 없을수록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가 떠난 자리에서 그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가장 그다운 옵션을 선택하고 입장을 고수하는 일은 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우리는 많은 가족이 그렇듯 상제로서는 처음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이었고, 그런 길 잃은 가족을 위해 장례식 전문가가 마련해주는 팸플릿에는 사랑과 그리움의 크기별로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영정 사진, 제단 장식, 수의, 관, 리무진, 유골함 등 상조 물품을 안내하는 메뉴판에서 ‘고급’ ‘최고급’ ‘특’ ‘수제’ 등의 단어를 발견하자 속이 메스꺼웠다. 첫 페이지에는 그를 존중하는 옵션이, 그다음 페이지에는 그를 더 존중하는 옵션이, 그 다음다음 페이지에는 그를 더더 존중하는 옵션이 쓰여 있었다.
가격표는 그를 더더 존중할 수도 있는데 왜 그냥 존중하는 데서 그치냐고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돈을 더 쓰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사랑이 ‘수제’가 아닌 것도, ‘최고급’이 아닌 것도 아닐 터였다. 수의 섹션 마지막 장에 있는 예시 사진에는 질 좋은 명주가 어찌나 많이 들어가는지 주검이라기보단 천 덩어리 같아 싫었다. 내가 선물했지만 아빠가 입지 못했던 파자마를 입혀 보내면 왜 안 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생전 입던 옷이나 값싼 수의는 화장할 때 그을음이 많이 생겨 유골을 검게 한다는 설명을 들은 뒤에는 목소리가 조금 작아지기 마련이다.
아마 나는 우리가 돈이 없어서 기본 옵션을 선택한 것만은 아니라고, 이건 신념이고 스타일일 뿐이라고, 이게 우리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그 모두가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웠을까? 우리는 가난하고, 단출함의 친한 친구이며, 몸과 악으로 때우는 방식에 익숙하다고. 우리는 가난해서 이렇게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는 왜 내지 못했을까? 큰 화환이 있는지 없는지, 공기관 로고가 적힌 슬리퍼가 있는지 없는지, 음식이 넉넉한지 부족한지에 따라 부풀고 또 쪼그라드는 마음을 직접 겪고 나서, 나는 내 장례식에서는 아무도 그런 부침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 있는 아무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 것. 최선을 다했다는 기분에 돈을 쓰지 말 것. 상조용품 팸플릿을 한 장 이상 넘기지 말 것. 살아 있을 때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음을 결코 타인이 평가하도록 두지 말 것.
언젠가 친구들과 각자의 장례식이 어땠으면 좋겠는지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내게 삼합을 많이 먹으라고 권했던 그 친구도 함께였다. 친척 중 누구를 주의해달라거나,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일회용품을 안 쓰면 좋겠다거나 하는 가볍고 무거운 당부가 한 바퀴를 돌았다. 한 친구는 비건이었다. 나는 비건 지향을 기약 없이 포기한 지 오래인데도, 그가 없을 그의 장례식에서만큼은 아무도 고기를 먹으며 그를 추억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무빈소 장례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곧바로 빈소는 차리면 안 되냐는, 그날은 너를 위한 날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날이라는 애정 섞인 원망이 돌아왔다. 돌아가며 한 명씩 죽는 상상을 하자 마음이 아파서 점점 고개가 떨구어졌다. 그런데도 이 대화를 또 하고 싶었다. 가능한 한 많이 하고 싶었다. 살아 있는 동안 마음을 다해 설득하고 싶었다. 우리가 서로의 식은 몸을 명주로 휘감지 않아도 작아지지 않는다면 좋겠다. 꽃이 없다고 서럽지 않으면 좋겠다. 빈소도 음식도 없는 장례식에서 여전히 가난한 채로 만나자고 약속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는 아무 요리도 없는 나의 식탁에서 다만 우리가 살아 있을 때 함께 얼마나 좋은 밥을 나누곤 했는지 떠올리며 입맛을 다셔준다면 좋겠다.
안담 작가
*냉장고와 도마 앞에서 하는 생각들. 사라지고 나타나는 한 그릇의 음식에 대해 씁니다. 출출할 때 참고하세요.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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