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담 제공
풍요롭지만 ‘먹고 치우고 먹고 치우고 먹고 치우고’가 반복되기도 하는 시간, 명절 연휴. 어느 때보다 ‘가족’ ‘돌봄’이 핵심어로 떠오르는 시간이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삶의 모든 국면에서 맞닥뜨리는 각양각색의 돌봄을 키워드로 소설집 ‘돌보는 마음’ 등을 쓴 김유담 작가(사진)를 긴 추석 연휴 가운데 전화로 만났다. 최근에는 서울 중구 가온도서관 상주작가로 소설가 서윤빈과 ‘고립감’을 주제로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열었다.
―상주작가가 뭔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76개 도서관, 문학관 등에서 일정 조건을 갖춘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문학 행사도 기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정 ‘급여’도 지급되기 때문에 대부분 프리랜서인 작가에게는 고정적인 소득과 독자를 만날 기회가, 상주작가가 있는 지역 주민에게는 작가들이 기획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할 기회가 된다.”

2025년 9월 문학주간 행사로 연 ‘포인트 네모, 거기 누구 있나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유담 작가와 서윤빈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년 9월 ‘문학주간’의 한 행사로 ‘라디오 공개방송’ 형태의 관객과의 대화를 열었다. 주제가 ‘포인트 니모, 거기 누구 있나요?’였다. 어떤 행사였나.
“‘포인트 니모’는 지구상의 모든 지점에서 가장 먼 바다 위의 한 지점이다. 누구나 망망대해에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동료 작가, 독자들과 그런 순간들을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윤빈 작가는 기후위기로 지구가 물로 가득 차 수상가옥에 사는 부부가 죽은 아이를 담은 관을 물에 띄워 보내고 관이 되돌아오면서 관을 되돌려보낸 어떤 이웃과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를 읽었다. 나는 나의 20대를 반영한 첫 소설집 ‘탬버린’에 실린 단편 ‘공설운동장’의 한 대목을 읽었다. 사력을 다해 달리지만 결국 제자리일 것 같아 위협감을 느끼는 대목이었다. 과거의 어떤 시간, 현재의 어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문학의 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고립감이 때로는 막막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마음을 글로 정제해 세상에 내보내고 그 글을 읽은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힘을 얻는다.”
―소설집 ‘돌보는 마음’도 그렇지만 최근 성해나 등 여러 작가와 함께 펴낸 작품집 ‘걷다’에 실은 글도 ‘돌봄’이 키워드다.
“돌봄은 내 삶과 가장 밀접한 주제다. 나도 아이를 비롯해 많은 이를 돌본다. ‘돌봄’은 아이나 노인 말고도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 인간이 자기보다 약한 존재한테 건넬 수 있는 숭고한 마음이다. 그런데 그 일의 가치는 늘 후려쳐지고, 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들에게 강제로 떠넘겨지는 것 같다. 가정 내에서 가장 돈을 못 벌거나, 입지가 약한 사람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도 일자리에 갈급한 사람들에게 맡겨진다. 돌봄이 짐이 되고 부담이 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자주 쓴다.”
―서울 중구 가온도서관에서는 상주작가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매달 소설 한 권을 정해 온라인에서 함께 읽고 책읽기를 마치면 작가와 이야기하는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10월에는 10일부터 예소연 작가의 소설집 ‘사랑과 결함’을 함께 읽고 18일에 작가와의 대화를 한다. 예소연 작가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한 아버지를 페미니스트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 ‘그 개와 혁명’으로 2025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1990년대생의 후일담 소설이랄까. 좋은 소설을 함께 읽고 그 작가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귀하다. 9~11월에는 ‘나를 구하는 소설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8명이 정원인데 23초 만에 마감됐다.”
―‘종이의 위기’라고들 한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종이의 위기’라지만 글쓰기 프로그램이 금세 마감되는 걸 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읽고 쓰기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것 같다. 최근 한겨레21이 허핑턴포스트 매각 시도의 부당함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고 ‘거침없이’ 보도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누군가 읽어야 할 것을 쓰는 시공간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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