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던 면접 날, 합격 시그널을 받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으로 면접장을 나섰다. 양손에 중국 음식과 고량주를 들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 기분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현관문엔 ‘안내문’이라고 적힌 낯선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귀하가 사용(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경매가 신청되어….” 불행에서 드디어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기다리는 건 새로운 지옥으로 이끄는 안내문이었다.
2022년을 전후로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처럼 퍼졌다. 사기가 빌라에 집중된 탓에 취약계층에 피해가 몰렸다. 특히 젊은 피해자가 많았다. 우리가 피해자에 관해 아는 건 이 정도 수준이었다. 보통 한 사건에 수백 채의 빌라가 걸려 있던 탓에 피해자 이야기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가 많다는 정도로 뭉뚱그려졌다. 그 안에는 이들이 왜 사기를 당했는지, 전세제도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사기를 당하고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회복이 어려운지 등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됐다.
<전세지옥>(세종 펴냄)은 전세사기 피해자들 외엔 굳이 알려 하지 않았던 투쟁의 기록이다. 1991년생 최지수, “사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청년은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전 재산을 잃는다. 지은이는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살아가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바퀴벌레가 들끓고 녹물이 나오는 회사 기숙사를 견디다 못해 빌라를 구했고, 공인중개사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정말 좋지 않은 매물은 피했다. 그럼에도 2020년의 부동산 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가 동났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지은이는 여러 차례 고백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평범’하지 않은 청년들이었을 것이다.
경매 안내문을 발견한 이후의 과정은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부동산중개 사장의 말을 믿고,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그렇게 한참 지나서야 현실을 받아들인다. 피해를 복구하려는 과정은 마치 영화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서서히 올라가는 서사와 유사하다. 그러나 사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820일 동안의 여정엔 드라마처럼 난관을 극복하는 이야기도, 영화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도 없다. 전세사기에서 파생된 시련이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이 책의 결말은 없다. 지은이의 진짜 결말이 궁금해진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페이지보이
영화 <주노>와 <인셉션> <엑스맨> 등으로 유명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회고록. 2014년엔 동성애자, 2020년엔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두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 할리우드 안에서 여배우로서 강요받은 여성스러움과 커밍아웃, 가족으로부터의 배제까지 험난하고 긴 여정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서울 강남역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노신사가 묻는다. “둘이 어떤 관계야?” 비장애인 준우가 말한다. “애인인데요?” 노신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인다. “부모님 가슴에 못 박히게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똑같은 사람끼리 만나야지.”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이 겪은 현실을 청소년들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해준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2013년 장편소설 <모던 하트>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뒤 끊임없이 거절당하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 삶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풀어낸다. 화려함에 감춰졌던 현실 작가의 10년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글쓰기에 관한 감이 잡힐 수도.

동유럽사(전 3권)
1·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프라하의 봄, 베를린장벽 붕괴. 20세기 지구의 어느 지역보다 가장 많은 사건이 일어난 동유럽. 21세기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한 이곳은 어쩌다가 분쟁의 씨앗이 됐을까. 존 코넬리 미국 버클리대학 유럽사 교수가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총망라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통일교 의혹’ 전재수 “장동혁, 밥 며칠 굶지 말고 정치생명 걸라”

대법, 윤상현에 ‘1025표차 낙선’ 남영희 선거무효 소송 기각

‘제명 파동’ 속 장동혁의 단식 이벤트…“속내 빤하잖아”

전한길, 윤석열 사형 구형에 “무죄 선고 안 나면 국민저항권”

대법, 국힘 장예찬 ‘여론조사 왜곡’ 유죄 취지 파기환송
![[단독] “전재수, 통일교 부산 롯데호텔 행사서 축사” 목격자 진술 나왔다 [단독] “전재수, 통일교 부산 롯데호텔 행사서 축사” 목격자 진술 나왔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4/53_17683910309043_20260114503895.jpg)
[단독] “전재수, 통일교 부산 롯데호텔 행사서 축사” 목격자 진술 나왔다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입당 신청…“당원자격 심사 중”

김용현 변호인 “딱 쌈마이…사형 구형 한심해 윤 대통령 웃어” 막말
![“마이 무따, 이제 단식” [그림판] “마이 무따, 이제 단식”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15/20260115503898.jpg)
“마이 무따, 이제 단식” [그림판]

안철수 “한동훈, ‘당게’ 글 IP주소 공개해 스스로 문제 해결하라”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인류 죽음의 전문가’가 되짚는 남편의 죽음[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5/1225/20251225502552.jpg)












![[단독] ‘탈팡’ 확산 현실로…쿠팡 카드 매출액 매일 56억원씩 증발 [단독] ‘탈팡’ 확산 현실로…쿠팡 카드 매출액 매일 56억원씩 증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14/2026011450389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