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한국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해설서. <한국 정치 리부트>(메디치 펴냄)는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와 이세영 <한겨레> 기자가 12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이 답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팬덤 정치, 젠더·세대 갈등, 촛불 이후 한국 정치에서 쟁점이 됐던 현상을 분석하는 데 주력한다.
저자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열망과 실망의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분석을 전제로 한국 정치를 설명한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사회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열망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고, 선거 과정에서 분출된 열망은 선거 이후 실망으로 바뀌는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봤다. 저자들도 2002년, 2008년, 2016년 ‘촛불’이라는 사회운동 역시 기존 질서의 재편을 끌어내지 못했으며, 2016년의 촛불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의 정치 지형으로 돌아갔다고 본다.
촛불 이후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의제가 쏟아지며 전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기존의 계층·지역·이념뿐 아니라 젠더·페미니즘, 기후, 한-일 관계와 대북 관계, 난민과 이주민 인권 등도 폭발력 있는 사회 의제가 된 것이다. 승자독식 체제의 정치 지형은 기존 사회 갈등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문제였다. 신 교수는 이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정치가 고도의 종합적인 조정 능력을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보지만, 서로를 증오하는 양극화된 정치 지형은 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사회 균열을 규합하고 조정할 능력이 없는 정치가 남긴 빈자리에는 “민중 없는 포퓰리즘, 배타적 팬덤 정치, 증오와 극단주의가 번성”하게 된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손꼽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도 극단적 정치 집단이 세를 불리고 집권하면서 민주주의의 쇠퇴를 보여줬다.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의 정치 집단은 이 난국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놓고도 저자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내·외적 환경이 나빠짐에도 이들은 더 좋은 사회를 소망하길 포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지나온 삶의 시간을 통해서다. 이들이 20대 청춘이던 시절 겪은 1991년 5월의 ‘분신 정국’은 좌절과 상흔을 남겼다. “하지만 그런 시대도 지나간다.”(신진욱)
더티 워크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석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2만5천원
‘더러운 일’(더티 워크)은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을 뜻한다. 치료가 필요한 재소자를 학대하는 교도소 정신병동의 교도관, 가축 도살장의 노동자, 전투에서 표적 암살을 돕는 드론 조종사 등은 폭력의 가해자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나쁘지만 필수적인’ 일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급이 떠맡으며 선량한 사람들은 이를 묵인한다.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1만8800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빠르게 앞당겼다. 그러나 재택근무, 화상수업, 스트리밍 공연 등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디지털 공간은 행복을 안겨주지 않았다. 오히려 저자는 디지털 미래가 인간의 존재 경험을 축소했다고 말한다. 2017년 <아날로그의 반격>을 썼던 저자는 팬데믹을 거치며 단언한다. 인간은 아날로그이므로 우리 미래도 아날로그일 거라고.
별별 교사들
이윤승 등 지음, 교육공동체벗 펴냄, 1만7천원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을 요구받는 교직 사회에서 다양성을 가진 교사들이 썼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경험이 있거나 시각·청각 장애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 성소수자 등 ‘별별’ 교사들의 생활기다. ‘나 같은 사람이 학교에 어울릴까’라는 질문을 교사와 학생에게 품게 하는 한국 학교의 문제를 지적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없음의 대명사
오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만2천원
시집에 실린 모든 시의 제목은 ‘그곳’ ‘그것’ ‘그’ ‘너’ 등 대명사다. 시인은 대명사를 통해 과거엔 있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 말한다. 대명사가 열어준 공간 덕분에 시를 읽은 우리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생각한다. 상실은 자책을 동반하나 어쩌면 잃어버린 것은 ‘이곳’에 여전히 있는지 모른다. “없음은 있었음을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기에.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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