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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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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잡지 어때?

등록 2022-02-15 23:06 수정 2022-02-16 16:07

요즘, 잡지’를 만들어온 주요 사건과 열쇳말을 해시태그로 정리했다.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2016년 9월28일 시행된 김영란법에 따라 거의 모든 대기업 사보가 금지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기간행물 발행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김영란법 규제 대상인 언론인으로 분류했다. 사보는 대부분 발행인이 회사의 대표다. 김영란법을 피해갈 방법을 찾기 위해 다른 형태의 온라인 매거진(제일기획, 포스코, 유한킴벌리, 삼양사)을 만들거나, 아예 온라인 매거진 자체를 폐간한 경우(삼성)도 많다. 기내지 <모닝캄> <아시아나> 등은 규제 대상이 아닌 정보간행물로 전환했다. 사보를 만들던 기획사 종사자들이 한꺼번에 새로운 잡지가 필요해졌다.

#매거진 <비(B)> #1호1주제

창간 10년 한국 독립잡지의 표준

2011년 11월 1호(‘프라이탁’)가 나온 매거진 <비(B)>는 잡지 종사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잡지다.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어떤 철학으로 브랜드는 만들어지는가’를 한 권에 브랜드 하나를 정해 집중 탐구한다. 2021년 10주년 전시회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상업적인 브랜드가 진실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광고는 없다. 검정의 모노톤에 고딕체 두께와 비슷한 선, 곡선이 없는 직선의 편집 역시 매거진 를 브랜딩했다. 문화 무크지 <통조림> 등 주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다는 잡지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호 1주제’는 매거진 로 보편화됐다.

#브랜딩

잡지가 광고가 되는 시대

매거진 <에프(F)>는 매거진 <비(B)>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펴내는 잡지다. 기업이 잡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보편화됐다. 종이잡지클럽 김민성 대표는 “잡지에 광고가 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잡지를 통해 광고하는 시대”라고 했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의 <디렉토리>, 속옷 브랜드 쌍방울그룹의 유튜버·인플루언서 인터뷰 매거진 <맥앤지나>, 미디어커머스그룹 블랭크코퍼레이션과 로우프레스가 만드는 <TOOLS>(툴즈), 유니클로가 만드는  <LifeWear>, 스니커즈 브랜드 케즈의 <블루> 등이 그 예다.

#ISBN #ISSN

책이기도 하고 잡지이기도 한

매거진 <비(B)>는 신국판(152×225㎜)과 사륙배판(188×257㎜)의 딱 중간 사이즈(170×240㎜)다. 일반 단행본과 전형적인 잡지 크기의 ‘중간형’을 택한 것이다. 매거진 는 또한 ISBN(국제표준도서번호)과 ISSN(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을 동시에 붙인다. 그래서 월간지인 매거진 <비(B)>는 다음호가 나오면 교환 반품되지 않고 그대로 서가에 남는다. 새로운 호는 잡지이고 지나간 호는 책이 된다. 많은 잡지가 이 노선을 따른다. <어반라이크>처럼 아예 단행본으로 분류하는 시리즈물도 있다.

#킨포크

밀레니얼 스타일 미학

2014년 사람들은 ‘킨포크’라는 영어 단어의 뜻을 사전을 찾지 않고도 알게 되었다. 킨포크식 사진 찍기가 유행하고 머리에 화관을 쓴 사람들이 참여한 킨포크 테이블이 차려지고 거의 모든 카페에 <킨포크> 잡지가 놓였다. 빽빽하지 않은 공간, 무심히 놓인 소품, 자연 조명, 나무와 풀 등 식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스타그램 시대와 함께 지배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보그>는 <킨포크> 잡지를 “지난 10년간 인스타그램용 밀레니얼 스타일 미학의 함축이자 정석이 된 잡지“라고 평가했다. 출판사 ‘책읽는수요일’은 2011년 발행된 잡지 <킨포크>의 1호부터 7호를 2014년 5월 동시에 번역 발행했다. 미국 <킨포크> 1호는 5천 부 찍었지만 번역판 1호는 출간 2주 만에 1만 부 팔렸다. 이후 8호부터는 ‘디자인이음’이 이어받아 내고 있다.

#라이선스

잡지사 잡지에서 출판사 잡지로

<킨포크> 라이선스 번역이 계기가 된 걸까. 문학잡지에 한정되던 출판사의 잡지 영역이 넓어졌다. 바다출판사는 미국의 과학잡지 <스켑틱>(2015년 3월 창간호, 계간지)을 시작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여성주의잡지 <우먼카인드>(2017년 11월 창간호, 계간지)와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2018년 1월, 계간지)를 차례차례 선보였다. 영국의 감성잡지 <시리얼>은 시공사에서 2015년부터 2년간 펴냈다.

#문학 #독자

비평에서 서평으로

최근 몇 년 새 가장 큰 만듦새 일신을 한 곳은 문학잡지다. 변신의 배경에는 ‘신경숙 표절’ 파동이 자리잡고 있다. 문학 권력이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편집부와 독자, 혹은 문화 진영이 그 권력을 나눠지게 된 것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은 이런 변신의 얼개가 “독자 중심 잡지로의 변화”라고 말한다. 대표적 사례로 민음사 <릿터>(Littor)가 창간하면서 내건 슬로건 ‘쓰는 존재, 읽는 당신’이다. <릿터>는 2016년 1호를 내면서 주제 중심, (문학평론가가 아닌) 편집자 중심 문학지로 출발했다. 계간지 <문학동네>는 2019년 겨울(101호) 판형 변화를 시도하고, 주제의 범위를 문학 내 이야기에서 페미니즘 등으로 확대했다. 계간지 <자음과모음>은 2019년 여름(41호) 판형 변화를 시도하면서 외부 문화계 인물이 게스트 에디터가 되고 특집을 만든다. 작가 인터뷰 중심의 월간지 <악스트>(Axt·은행나무)는 창간 3주년인 2018년 정가를 29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면서 독자들의 지지로 유지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문학 중심 비평 역시 책 전체를 아우르는 ‘서평’이라는 장르로 중심 이동했다.

#시대 #창간

창간 잡지에 시대의 열쇳말이 담긴다

창간하는 사람만큼 트렌드에 입이 바싹 마르는 잡지 종사자는 없을 것이다. 시장조사하고 독자들의 기호를 파악한다. 2021년 창간된 잡지의 경향에는 현재의 트렌드가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교보문고는 2021년 잡지의 트렌드로 #기후변화 #케이팝 #서평 #공간 #나자신 #취향탐구를 해시태그로 정리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의 비거니즘 잡지 <물결>은 2020년 겨울 창간호를 냈다.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은 2021년 여름 3년 완간을 목표로 내걸고 창간호를 냈다. 기후위기대응매거진 <1.5도씨>(볼드피리어드)는 2021년 9월에 창간호를 냈고, 지구를 가꾸는 사람들을 다루는 독립잡지 <어씨언(earthian)>은 2021년 12월6일 창간호를 찍었다.

방탄소년단(BTS)과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 속에 라이선스지 <롤링스톤 코리아>(2021년 10월)가 등장했다. 첫 호의 표지 모델은 롤링스톤의 ‘록 스피릿’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임영웅이었고, 2호는 BTS다. 2003년 폐간됐던 <포토뮤직>도 <포토뮤직코리아>(PMK)로 2021년 11월 부활 1호를 냈다.

서평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서평잡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2021년 3월 출간되고,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 등 매호 앞뒤 문장을 교차하는 인문서평지 <교차>(읻다출판사) 또한 2021년 10월 출발했다. <시즌>(SEASON)은 주제에 따라 각 호의 판형과 편집을 달리 펴내는 과학서평지다. 2021년 12월31일 나온 창간호의 주제는 ‘100세 시대, 길고 멋진 인생’이다. ‘노인’ 주제에 맞춰 책 크기를 크게 하고 글씨도 키웠다.

#생태계

수없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5년까지 올 줄 몰랐다.”(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일단 1년을 열심히 내는 것이 목표다.”(최재천 <어션테일즈> 편집장) 모두 장담하지 못한다. 수없이 사라지고 수없이 생겨난다. 알라딘의 잡지 판매량을 보면 증가도 감소도 카오스이지만, 영향력 있는 잡지 창간과 함께 분야가 들썩인다. “학회/무크/계간지의 경우 2018년 <뉴필로소퍼>와 2020년 인문잡지 <한편>의 창간이, 독립/인디잡지의 경우 2020년 <언유주얼>의 창간이 판매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조선아 알라딘 마케팅 차장은 분석했다. 창간 잡지는 계속 나오지만 독자의 열광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그나마 전체 잡지 판매율이 5~6%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특집 기사는 앞으로 잡지를 만드는 사람을 인터뷰하고 소개하는 연재 ‘요즘, 잡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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