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4평 공간을 겨울이 오기 전에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밭에 농막을 설치했다. 펜션에 달방을 얻어 지내보니 돈도 돈이지만, 밭에 갈 때마다 짐을 챙겨 왔다 갔다 하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고, 한번 가서 몇 시간밖에 일하지 못하니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농막을 놓으면 월세도 아끼고, 아침에 눈뜨면 밭일하고 해가 나면 쉬다가 느지막이 다시 일해도 되니 좋을 것 같았다.
지난봄부터 농막을 알아봤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고, 물류 대란으로 자잿값이 올라 농막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2020년 초만 해도 6평(약 20㎡)에 화장실과 부엌을 갖춘 농막이 2천만원 정도 했는데, 2021년 들어선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3천~4천만원을 훌쩍 넘어갔다. 여러 모델을 알아보다가 차라리 집을 짓겠다 싶어 덮어뒀다.
그러다 눈을 돌린 게 나무로 만든 창고였다. 가로세로 3.8×3.8m, 4평이 조금 넘는데 가격은 설치비 포함 600만원. 용도가 창고이니 안에는 당연히 화장실이나 부엌은 없다. 그래도 원하면 창문을 설치해주고, 전기보일러도 설치 가능하단다. 데크까지 연결하면 손색없이 쓸 만하겠다 싶었다. 추석을 앞둔 즈음 창고 물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창고를 설치하려면 감자도 캐야 하고 나무도 옮겨 심어야 하는데, 감자는 아직 캘 때가 아니고 나무 옮기는 것도 늦가을에 해야 죽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은 급한데 당장 설치할 수는 없어 업체를 찾아가 계약금을 걸어놓고, 11월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사이 할 일이 꽤 많았다. 먼저 면사무소에 가서 가설건축물축조신고를 했다. 보통은 사흘 정도면 신고가 완료되는데, 우리 밭은 문화재관리지역이라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처에 <삼국유사>에 기록된 수항리 절터가 있다고 한다. 2주가량 기다려 신고필증을 받았다. 이걸 받으면 한전에 연락해 전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한전 강릉지사에 연락해보니, 전기면허가 있는 허가업체를 통해서만 신청 가능하단다. 산 너머 산이로다. 전기업체에 의뢰하니 이번엔 전깃줄이 지나가는 땅의 주인에게 서면으로 허락받아야 한다고 한다. 대봉시 한 상자를 사들고 아랫집 어르신 댁에 들렀다. 전신주 위치로 보아 이 댁의 우사 위로 전깃줄이 지나갈 텐데, 혹시라도 소에게 안 좋으니 안 된다고 할까봐 요리조리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는데 의외로 흔쾌히 오케이. 그런데 한전이 겨울에 일이 많아서 전기 신청하면 두세 달은 걸린다고 하네. 하하하.
그리고 지난 주말 농막을 설치했다. 전기가 안 들어와서 설치팀에서 발전기를 가지고 왔다. 핀란드산 나무로 에스토니아에서 제작한 독일제 나무창고. 세 명이 와서 이틀 동안 작업했다. 바닥에 아연각관으로 틀을 짜고 방부목 합판을 얹어 기초를 만들었다. 그리고 짜맞출 수 있게 재단된 나무를 못 없이 조립했다. 지붕을 얹고 비가 새지 않게 방수재를 덮고, 아스팔트싱글(지붕 판재)로 마무리. 완성돼갈 때쯤 남편과 나는 나무에 오일스테인(착색제)을 발랐다. 처음으로 가져보는 내 집, 작고 소듕해.
이번 주말엔 보일러를 설치할 예정이다. 전기는 옆 밭 어르신이 전신주 들어올 때까지 자기네 전기를 끌어다 쓰라고 하셨다. 남편은 신났다. 캠핑용 변기도 사고, 석유난로도 사고, 7.5ℓ짜리 워터저그(수도꼭지 달린 물통)도 사고, 씻을 물을 담을 18ℓ짜리 물통도 사고, 이것저것 목공할 게 많다며 목재용 각도 절단기까지 주문했다. 화장실 용도로 쓸 창고는 이장님 댁으로 주문해뒀다. 퇴근하면 문 앞에 매일 택배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농막이 업체가 확보한 마지막 물량이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벌목하지 않고 있어, 2022년에나 생산을 재개한단다. 언제나 한발 느린 나인데, 어쩌자고 이번엔 부지런했을까. 과거의 나 칭찬해.
글·사진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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