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나에게 또 다른 영상을 ‘추천’했다. 청년 고독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내 또래들이 조용히, 곳곳에서 죽고 있었다. 사람들도 댓글에서 같이 아파하고 있었다. 이런 댓글을 발견했다. ‘영상에 나오는 고시원 청년입니다. (…) 힘들지만 파이팅 하면서 살게요.’ 다큐멘터리에 인터뷰이로 등장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계정을 눌러봤다가 깜짝 놀랐다. 다큐에서 본인이 출연한 부분을 업로드한 영상의 제목 때문이었다. ‘고시원 브이로그 어버이날 고독사’ ‘고시원 먹방 브이로그’. ‘천원으로 세끼 먹기’ 영상도 있었다.
당혹스러웠다. 아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각 영상에 나오는 모습이 너무 동떨어진 존재 같았다.
다시 생각했다. 백수 브이로그는 왜 유행일까? 사람들이 타인의 어려움에 그렇게 관대했나? ‘신박하다’는 반응처럼, 감성 브이로그와 달리 일상을 연출하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줘서일까. 그런데 백수, 우울증, 빚더미는 사회 도처에 예전부터 있었다.
대책을 제시한 댓글도 있었다. ‘최소 15평 이상의 집을 누구든 가질 수 있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댓글들이 험악했다. ‘건물주가 자선사업가냐.’ ‘공산당인가?’ ‘원룸이라도 있으니까 극빈층이 사는 거야. 다 없애버리면 매일같이 폭동 일어날걸.’
백수 브이로그에서 ‘비정규직 3년차인데 정규직 전환을 바란다’ ‘복지수당이 더 필요하다’ 이렇게 말했어도 지금처럼 유행했을까? 백수 브이로그의 유행 조건은 ‘무해함’이 아닐까. 한 유튜버가 “제가 너무 한심하고 찌질하지 않으세요? 저도 그렇습니다(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백수 브이로그들의 공통점은 자학하는 태도다. 그럼에도 노력하며 살아보겠다고 한다.
청년 고독사 다큐멘터리의 마무리 멘트는 ‘이 영상은 공익 수신료로 제작됩니다’였다. ‘공익’이 유튜브에서 ‘사익’이 된 것이다. 청년 고독사 인터뷰이의 브이로그를 봤을 때 느낀 괴리감은, 사회적 관심이 ‘조회수’로 바뀌는 데서 온 것 같다.
백수 브이로그 유행의 시초이자 구독자 12만 명의 유튜버 ‘독거노총각’도 다큐멘터리에 ‘남의 일이 아니네요’라고 댓글을 남겼고 6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대댓글에는 ‘형이 댓글 다니 장르가 바뀌잖아ㅋㅋㅋ’라며 유머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많았다. 백수 브이로그 댓글 중에도 ‘분명 당사자는 절망적인 영상인데 보는 사람은 되게 웃기고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영상 ㅋㅋㅋ’이라는 반응이 자주 보였다. 하지만 실직, 고독은 콘텐츠나 유행일 수 없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인터넷에서 ‘조회’할 수 있으니 그 사람을 잘 안다고 느낀다. ‘내적 친밀감’보다 ‘내적 익숙함’인 듯하다. ‘자살 마렵다’처럼, 사회적 고독도 밈(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놀이로 즐기는 현상)이 될까 두렵다. ‘백수 브이로그’가 서로에게 무뎌지는 일이라면, 중독되고 싶지 않다.
도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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