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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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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지수 ‘미지근’, 미디어 정책은 ‘패착’

[문화·미디어] 표현의 자유 크게 개선… 문화생태계 양극화 여전
등록 2021-03-29 16:34 수정 2021-03-31 10:48
2017년 12월7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문화비전 2030’ 발표장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7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문화비전 2030’ 발표장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겨울을 하얗게 불태운 촛불 광장에서 울려 퍼진 메아리는 “이게 나라냐”였다.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선 먼저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했다. 2017년 5월 탄생한 ‘촛불 정부’의 어깨는 무거웠다. ‘적폐 청산’의 적폐가 박근혜 하나만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저항과 연대로 타오른 ‘광장의 조증’이 가라앉고 난 뒤 차별과 배제로 가득한 ‘일상의 울증’(사회학자 엄기호)이 오지 않는 사회로의 전환도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었다.
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문화·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 속 한류 확산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

관광복지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문화비전 2030’(이하 문화비전 2030) 정책을 공개했다. 앞서 2017년 12월 발표한 문화비전에서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3대 방향으로 정한 것에 대한 세부 사업 과제를 담았다.

“문화비전 2030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창의 한국(Creative Korea)-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 이래 14년 만에 나온 거시적인 문화정책”(이동연)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문화의 가치와 철학을 폭넓은 관점에서 제시했으며,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실시해 프리랜서 예술인 복지 증진에 힘쓴 점”을 높이 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세계언론자유지수가 2017년 63위에서 2020년 42위(아시아 1위)로 개선됐고, 저소득층 대상 문화누리카드 지원이 1인당 10만원으로 증액됐다”고 호평했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문화·미디어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보통’ 수준에 그쳤다. 백원근 대표는 “문화도시 지정,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관광품질인증제 도입 등 문화·미디어 분야의 국정과제 상당 부분이 추진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내용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영방송의 질적 발전이 추동됐는지, 국민이 체감할 ‘생활문화 시대’가 열렸는지, 창작 환경이 개선됐는지, 문화산업 생태계의 양극화 문제가 해소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미디어 부문 정책은 혹평받았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가 미디어 교육을 강화하고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확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무너진 미디어 공공성 회복과 미디어 생태계 복원을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제도와 정책도 내놓지 못한 점은 가장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그사이 “한국 언론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상업화된 정파성으로 저널리즘의 품질과 신뢰도까지 추락”했다는 것이다.

백원근 대표는 “국민 독서율 하락으로 상징되는, 추락하는 책 생태계(저술-출판-서점-도서관-독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도 부족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독서 진흥 정책을 주문했다. 이동연 집행위원은 “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 시절)와 문화·체육계에서 잇단 미투 사건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이 부족했던 점”도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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