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낸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을 보면, 전체 인구 4905만여 명(2015년 11월 기준) 중 개신교 신자가 967만여 명(19.7%)으로 가장 많다. 불교(15.4%)와 천주교(7.9%)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사랑의 종교’라는 기독교, 특히 보수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혐오의 진앙이 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현실은 당혹스럽다. 혐오 대상도 나라 안팎의 좌파와 북한부터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슬람교도, 난민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신학자와 종교학자, 종교인 14명이 함께 쓴 <혐오와 한국 교회>(권지성 외 지음, 삼인 펴냄)는 “한국 교회의 혐오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유통·확장되고 정치 선전의 도구가 되는지”를 철학적, 성서학적, 역사적 맥락과 사회문화 현상에 초점을 맞춰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배덕만 백향나무교회 목사는 “한국 교회가 성경무오설(성경 흠 없음)과 문자적 해석, 마니교적 이원론과 도덕적 파시즘을 신봉하는 근본주의의 포로가 됨으로써” 혐오의 주체가 됐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과 신자들이 자신들의 언행과 주장을 ‘신의 뜻이자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으로 포장한다는 점이다.”(민김종훈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제)
종교에서 ‘근본주의’라는 용어는 본디 20세기 초반 미국의 복음주의 개신교 진영을 지칭했다. 이들은 성서비평학과 생물학적 진화론에 ‘성경무오설’로 맞섰고,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을 통과하면서는 강력한 반공주의자로 거듭났다. 그즈음 한국 개신교 주류도 남북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건전한 시민종교의 역할을 고민할 틈도 없이 친미·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정치 종교가 됐다”는 게 최종원 캐나다 밴쿠버 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대형 교회일수록 낮고 가난한 자리를 향하기보다 권력과 부 같은 세속적 가치를 으뜸으로 치게 된 배경이다.
조민아 미국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독교 우파의 집요한 공격에는 “기독교의 자기혐오”가 투영됐으며, 그 바탕에는 “가난과 실패, 육체의 유한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있다고 짚었다. 교회의 장애인 혐오와 배제도 협애한 근본주의 시각에서 비롯한다. 한국 교회에서 장애인은 죄에 대한 벌을 받았거나 시험 중인 사람, 축복에서 낙오된 존재, 비장애인들의 반면교사로 이해된다. 지적장애인은 스스로 신앙 고백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성례전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책은 ‘교회의 실패’를 넘어 ‘교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신학자인 김승환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은 “교회는 모두를 향해 열려 있는 공간이자, 세속적 욕망을 성화시켜 이기적 개인을 이타적 개인으로 전환시키는 장소”라며 낯선 타자와 사회적 약자를 환대하고 지원하는 ‘제3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사계절 펴냄, 1만3800원
재일 한국인 2세 정치학자가 일본의 국가주도형 근대화 프로젝트이자 “복고와 혁신의 이율배반적 통합”인 메이지유신(1868년)이 오늘날 일본에 남긴 성과와 짙은 그늘을 분석했다. 일본은 시민혁명과 민주화 없이 서구 기술만 모방한 결과 심각한 결함을 가진 괴물이 돼버렸다.
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김영사 펴냄, 1만4800원
<피로사회>로 주목받은 재독 철학자가 폭력의 유형과 변천, 현대사회 폭력의 구조와 본질을 통찰한다. 권력자와 힘센 자의 물리적·파괴적 폭력인 ‘부정적 폭력’을 넘어, 오늘날 비가시적·비강제적이며 시스템화한 ‘긍정적 폭력’이 개인의 내면에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직장갑질에서 살아남기
박점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800원
노동운동가·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직장에서 당한 부당한 권리침해 피해자를 돕는 온라인 플랫폼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온갖 ‘갑질’과 권리 구제 사례를 집대성한 노동자 권익 안내서. 취업사기, 임금체불, 폭언·폭행, 부당 지시, 성폭력, 근무와 휴가 등 36개 유형을 망라했다.
1950-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
존 리치 사진·글, 서울셀렉션 펴냄, 2만원
미국 종군기자가 한국전쟁 3년 동안 찍은 컬러사진 900여 장 중 150여 장을 선별한 사진집. 기억 속 얼굴들, 전쟁 속 일상, 폐허의 그늘, 사선(射線)에서, 전쟁과 무기, 지난했던 협상 등 6가지 주제로 분류해 전쟁의 고통과 끈질긴 삶의 의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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