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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한 세상은 남성에게도 좋을까? 페미니즘은 남성에게도 해방을 선사할까? 미국 서부 해안에 사는 아빠 캐머런은 직장을 잃고, 종일 집에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돌보게 되었다. 실직에 육아까지 전통적인 ‘남자의 자격'과는 거리가 먼 처지에 놓인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막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애 덕분에 그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어요.” 아이를 돌보는 일은 그에게 정서적 위안과 안정을 주었고, 남성을 일에 가두는 낡은 세계에서 그를 해방시켰다.
(바다출판사 펴냄)는 해일이 된 페미니즘 앞에서 우물쭈물 안절부절못하는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의 바다에 뛰어들라'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 마이클 코프먼은 여성폭력에 반대하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세계적 단체인 화이트리본캠페인의 공동 설립자이자, 2018년에는 주요 7개국(G7) 젠더평등자문회의의 유일한 남성 위원이었다.
코프먼에 따르면 돌봄 노동의 절반을 남성이 도맡는 것이 성평등을 앞당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아니, 과학적으로. 임신-출산-육아를 함께하는 남성은 여성과 똑같은 생물학적 변화를 겪는다. 여성이 출산하거나 수유할 때 급증하는 호르몬 프로락틴은 엄마들이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요구사항을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데, 남성이 갓난아이를 15분만 안고 있어도 프로락틴 농도가 증가한다. 아이를 오래 돌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육아 경험이 많은 아빠의 프로락틴은 초보 아빠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빠 육아는 양보다 질이지!’라는 통설은 근거 없는 아빠들의 자기 위안이다. 육아 시간이 길수록 부성을 발달시키는 호르몬 양이 는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했다는 “제가 매일 밤 집으로 간 이유는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내가 아이들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말은 이 양질전환의 법칙을 보여준다.
친밀한 육아로 인한 생물학적 변화는 남성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끈다. 많은 연구가 육아를 경험한 남성들이 “더 성숙해졌다는 느낌, 새로운 공감 능력, 더 커진 자신감… 좀더 완성되고 안정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을 느꼈다고 보고한다. 모성 신화를 대체하는 부성 신화의 등장이다. 또 다른 강박이라고? 그럴 리가. 모성 신화가 남녀 모두 불행하게 만든 반면, 부성 신화는 남녀 모두 해방시킨다. 스웨덴의 한 연구 결과, 아빠의 육아휴직이 한 달 늘어나면 4년 뒤 엄마의 소득이 6.7% 늘어났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가정의 경우 아버지가 육아에 적극적일수록 딸 아들 모두 청소년기 범죄율이 낮았다.
모든 남성이 아빠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아빠가 아닌 남성도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은 모든 남성에게 아빠가 되라는 또 다른 ‘맨박스'(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되어버린 남성들에게 낡은 ‘맨박스'를 벗으라고 말한다. 계층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한국은 아빠 육아휴직 기간(1년)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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