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라 일컫는 국면은 계급, 세대, 학벌 등 여러 영역에 화두를 던졌다. 그 과정에서 다층적 차별 구조 속에 놓인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날, 상처받은 이는 또 있었다. 성소수자들이었다. 시작은 박지원 의원이었다. 그는 “몇 분의 목사님들이 문의해왔다”며 동성애·동성혼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당시 후보자였던 조국 장관은 “동성애는 법적 사안이 아니”라면서도 “동성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르다”고 답변했다. 성소수자 군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군형법 제92조 6에 대한 질문에는 “근무 중 동성애는 보다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홍준표와 박지원의 질문첫 번째 답변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할 제도가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은 국가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두 번째 답변에 대해서는 이성애와 달리 동성애를 성적 지향이 아닌 성행위로만 바라보는 오류를 지적하는 동시에, 만약 군대 내 성행위가 문제라면 왜 동성애자의 성행위만 문제인지 되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질문과 답변에서 내가 좀더 비중을 두고 싶은 것은 질문이다. 타인의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찬반 대상으로 삼는 이 질문은 틀렸다. 국회의원이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몇 분의 목사님들”을 대변해 묻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박 의원이 동성애·동성혼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던 이유는, 후보자의 신념을 파악하기 위함도 아니고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에게 성소수자 문제는 정치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정략적 이슈일 뿐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물었다.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잘못된 질문을 수정해야 했으나, 문 대통령은 ‘좋아하지 않는다’ ‘찬성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이 사안을 찬반 영역으로 퇴보시키는 데 동조하고 말았다. 그런 면에서 조 장관이 동성애와 동성혼을 분리하고 전자에 대해 법적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진전이겠으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군형법 제92조 6을 비판해왔던 진보적 지식인의 대답으로서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답변이 가진 오류와 한계뿐 아니라 ‘누가’ ‘왜’ 이 질문을 했는지를 말하고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선 토론회나 인사청문회는 공격과 방어의 언어가 대립하는 극도의 정치적 공간이며, 많은 경우 질문은 사라지고 답변만 남는다. 홍준표·박지원이 기대했던 것은 틀린 질문이 실종되고 답변은 회자되는 것, 그렇게 누군가의 인권을 제물 삼아 상대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한 것을 얻을 때 정치적 공간에서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정쟁 도구로 삼는 일은 되풀이된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건 싸움주류들의 정치 게임에 주류로부터 외면당한 문제가 이용당하는 것은 부조리하다. 성평등과 차별금지법 등이 정쟁 도구로 소비되는 동안 정작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의미 있는 담론은 밀려난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건 싸움이자 삶과 정체성에 대한 투쟁임을, 저 정치적 공간에 있는 질문자와 답변자들은 끝내 모르는 체한다.
*이번호로 하재영 작가의 ‘노 땡큐!’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분께 감사합니다.하재영 작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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