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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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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은 목소리에 깃든다

발성 교육 전문가의 <목소리와 몸의 교양>
등록 2019-07-20 12:59 수정 2020-05-03 04:29

“‘교양’은 지성뿐 아니라 몸에도 깃든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출판 유유)은 이 믿음 위에 쓰인 우아함의 교본이다. 말하기 훈련을 안내하는 책이지만 스피치 기술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한 단련법’(부제)을 통해 소통의 한 신비로운 풍경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발성 교육 전문가 고카미 쇼지가 쓴 이 책에는 목소리 훈련법 22가지와 몸 훈련법 14가지가 일러스트와 함께 정리돼 있다. 저자는 “올바른 발성”이 무엇인지부터 짚는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발성의 올바름에 하나의 답은 없다는 점, 발성은 감정·생각과 함께 움직인다는 점. 시작은 ‘성대를 쓰지 않고’ 소리를 내는 S(에스)음 훈련부터다. 그다음, S음을 낼 때와 제대로 목소리를 낼 때의 중간 정도인 Z(제트)음 훈련으로 넘어간다. “소리를 내기 전에 정성스럽게 점검”하는 섬세한 조율사처럼.

지은이는 우리 몸을 악기에 빗댄다. “성대가 낸 소리는 몸 전체에 울려서 커집니다. 그 주요 부위는 코, 입술, 머리, 가슴, 목. 공명은 근육, 뼈, 입속 등 온갖 곳에서 일어납니다. 즉 인간은 악기이자 연주자입니다. 악기인 자기 몸의 공명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연주자요. 대단하죠?” 공명이 이뤄지는 허밍 훈련을 따라 해보면 내 몸이 얼마나 음악적인지 알게 된다.

성급하게 접근하거나 긴장하지 말라고 저자는 수없이 당부한다. 신체는 편안한 상태에 늘 접속해 있어야 한다고. “기타 몸체를 꽉 누르고 줄을 튕겨볼까요? 떨림이 줄고, 작고 경직된 소리가 납니다. 이런 일이 우리 몸에도 일어나는 거죠. 몸이 경직되어 있으면 공명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몸 안쪽을 구석구석 울릴수록 목소리가 바깥으로 풍성해지는 발화의 풍경을 보면서, 다시 ‘방향’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안으로 깊어지는 게 먼저구나.

여기서 궁금해진다. 공명이라는 물리적 방법으로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지은이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풍부한 목소리를 지니면 감정이나 생각은 절로 풍부해집니다. 감정이 단조로운데 목소리가 풍부한 사람은 없습니다.” 감정(emotion)이라는 단어는 움직임(motion)에서 비롯됐다. 옛사람들은 지은이의 견해에 확실히 동의할 듯싶다.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목소리의 벡터”를 그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목소리의 ‘방향과 크기’를 정하라는 뜻이다. 방향은 맞는데, 크기가 상대를 찌를 듯 억세지 않은지. 크기는 적당한데, 방향이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처럼 흩어지지 않는지. 내가 내는 목소리의 이미지를 확실히 가지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발음은 자음을 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훈련하면 좋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라고 해야지 ‘우슨 소릴 아는 거야’로 들리게 하면 안 된다.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경우도 발음 개선이 어렵더라는 경험칙은 꽤 신선하다. 그때마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고. “물론 말이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말을 끝까지 하면 말로 할 수 없는 것이 겨우 보이더라고요.”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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