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지수’(HI·Hawking Index)라는 게 있습니다. 세계적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이름을 딴 겁니다. 책을 산 독자가 실제로도 책을 읽었는지 따져보는 수치입니다. ‘완독률’ 지수라고 할 수 있어요. 수치가 낮을수록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다는 걸 뜻합니다.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스티브 호킹의 저서 에서 이 지수가 나왔는데요. 이 책의 호킹지수가 6.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0장짜리 책이라면 6.6장에서 읽기를 그만뒀다는 얘기입니다. 이보다 더 낮은 호킹지수를 보인 책이 있습니다. 바로 토마 피케티의 입니다. 호킹지수 2.4%라고 하네요.
여러분의 호킹지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베스트셀러다, 올해의 추천 도서다 해서 책을 일단 샀지만 책장에만 꽂아둔 책이 있지 않나요. 먼저 고백하자면 저만 해도 ‘시간이 없다’ ‘지루하다’ 등등 이유로 서문만 보고 고이 모셔둔 책이 많습니다. 아니면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발췌 독서’를 합니다. 주로 장편소설, 전집, 역사서 등 ‘벽돌책’(벽돌같이 두껍고 무거운 책)이 그런 대접을 많이 받습니다. 미안하다, 벽돌아.
요즘 이런 벽돌책은 도서시장에서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대세는 에세이류의 짧고 가벼운 책이거든요. 책 읽기에도 ‘스낵 컬러’(스낵처럼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트렌드)를 반영한 흐름이죠. 그런데도 책 읽는 사람이 좀체 늘지 않는다네요.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은 59.9%.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 19살 이상 성인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한 연간 독서량은 2017년 기준 9.4권으로 나타났고요. 한 달에 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책 안 읽는 시대에 오랜 시간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읽어야 하는 ‘가치와 무게 있는 작품들’은 외면받기 일쑤죠. 하지만 다독가들은 굳이 이런 무거운 책을 추천 도서로 꼽습니다. 왜냐고요? 줄곧 인문사회과학 ‘벽돌책’을 내는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는 “여러 겹의 지식이 쌓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지적 누적성이 주는 감탄스러운 쾌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독자 중에 “다음 벽돌이 언제 나올지 물어”보거나 “출간을 독촉하는” 벽돌책 마니아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책을 완독하는 기쁨은 특별합니다. 대하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김소윤 소설가는 “완독은 한 시대의 문을 열고 닫는 일” 같다고 합니다. 긴 호흡으로 시대를 통찰하는 묵직한 대작을 끝까지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라고요. 이다혜 북칼럼니스트는 덧붙입니다. “긴 생각을 품고 키워갈 삶의 여력”이 완독을 가능케 한다고 말입니다.
은 설 연휴 ‘책 속의 책’ 특집으로 다독가 8명이 꼽은 ‘완독의 기쁨’을 준 책 8권을 소개합니다. 인문교양서, 자연과학서, 대하소설 등 다양합니다. 취향껏 고르면 됩니다. 두껍고 무거운 벽돌책이라 읽다 지쳐 베고 자기에도 딱입니다. 이 책을 볼 여력이 없다면, 언젠가 읽으리라 마음만 먹고 책장에 꽂아둔 장식용 벽돌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지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책속의 책 '완독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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