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엔 중국 명나라의 형법전(대명률)에 따라 죄인을 처벌하는 다섯 가지 형벌이 있었다. 이를 ‘오형’이라 한다. 첫째, 태형이다. 죄인의 볼기를 작은 형장(몽둥이)으로 치는 형벌이다. 둘째, 장형이다. 태형 때보다 큰 형장으로 역시 죄인의 볼기를 치는 형벌이다. 60대부터 100대까지 다섯 등급이 있다.
셋째, ‘도형’도 있다. 죄인에게 중노동을 시키는 형벌로, 1년·1년 반·2년·2년 반·3년 다섯 등급이 있다. 이를 줄이려면 형기 1년에 곤장 60대를 치고, 한 등급마다 10대씩 늘려 맞도록 했단다. 도형 1년이면 곤장 100대다. 넷째, 유형이다. 죄인을 귀양 보내는 형벌로, 죽을 때까지 유배지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죄질이 나쁠수록 유배지는 멀어진다.
마지막이 사형이다. 죄인의 목숨을 끊는 형벌인데, 그 방식 또한 죄질에 따라 일률·효시·교형·참형·사형·육시 따위로 나눴다. 이 모든 형벌, 곧 ‘오형’에는 공통점이 있다. 죄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신체에 온갖 종류의 고통을 가한다는 점이다. ‘궁극의 형벌’인 사형 역시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몸에 직접 고통을 주어 벌함. 또는 그런 벌”을 ‘체벌’이라 규정한다. 그러니 묻게 된다.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말이 되나?
어린이 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획한 (김지은 등 지음, 오월의봄 펴냄)에는 “‘체벌’이라 쓰고 ‘폭력’으로 읽다”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 단체는 2012년부터 체벌 금지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누리집에 이런 종류의 항의 메시지가 곧잘 올라온단다.
“다른 사람이 아이를 때리는 것은 저도 정말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맞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혼나본 적 없는 아이들이 커서 죄를 짓고 감옥에 가는 게 나을까요?”
아이를 잘못 가르쳐서, 혹 죄를 짓는 사람으로 자라면 어떡하냐는 얘기다. 부모의 불안이 솔직하게 담긴 주장이다. 머리로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고 하면서도,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함이 ‘사랑의 매’를 붙들고 있다. ‘때리면 달라질까?’ 확신할 수 없어 더 불안하다. 세이브더칠드런 쪽은 체벌 반대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부모가 분노나 원망을 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체벌이라는 행위가 사람을 때리는 일이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질책하거나 사과를 요구할 수 있지만, 회초리를 들지는 않습니다. 행동에 대한 정당한 지적을 넘어서는 모욕적인 말 역시 용납될 수 없다는 점도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 관한 한, 왜 유독 때려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이와 함께 크는 부모를 위해 문학, 역사, 여성, 심리, 종교 등의 분야로 나눠 ‘체벌’에 대한 전문가의 강연과 질의응답 등을 모았다. 인권 감수성을 키우고 싶은 부모와 자녀라면, 부록으로 실린 추천 도서 13권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학생인권조례’ 시대에도 여전히 ‘체벌’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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