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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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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제9회 손바닥문학상 가작
등록 2017-12-21 02:04 수정 2020-05-03 04:28
일러스트레이션/ 조승연

일러스트레이션/ 조승연

1.

혀를 닦는다.

뭉툭하면서도 길고, 허옇게 뭔가 들러붙은 나의 붉은 혀를 닦는다.

한 번, 두 번, 천천히 혓바닥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설태는 깨끗하게 사라지질 않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서여서일고여덟, 칫솔로 좀더 싹싹 혀를 닦는다. 하얀 설태는 농도가 옅어질 뿐 그대로이다. 이제 나는 목구멍 깊숙이 칫솔을 밀어넣는다. 구토라도 할 듯 토악질 소리를 내야 양치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때로 한 번으로는 아쉬워 다시 칫솔을 입안 깊이 집어넣는다.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칫 손목에 힘이 들어가면 정말 토가 나온다는 것이고, 둘째는 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오줌이 찔끔 흘러 팬티를 적신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기분이 상쾌하지 않지만 나는 팬티가 젖는 쪽이 더 찝찝하다. 갑작스러운 통증 때문에 오줌을 지릴 정도로 놀란 것이라면 무난할 텐데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 질이 넓어져 수축과 이완이 원만하지 않다는 신호 같아서다. 아이 둘을 낳고 나니 줄넘기할 때도 오줌이 새어나온다는 팀장의 이야기가 떠올라, 똥꼬에 힘을 바짝 주고 허리를 편다.

엄마는 치카치카 하면서 토해요, 우아아악 괴물 소리 내요. 아들 녀석이 심이 다 빠진 로보카폴리 색연필을 손에 쥐고 시어머니 앞에서 이 닦는 시늉을 한다. 윗니 아랫니 치카치카, 구석구석 닦아요, 우리 모두 이 닦기 대장,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우아아아악 퉤에엑! 우악스럽게 흉내 내는 아이에게 기특하다고 칭찬할 수는 없고 그런 걸 왜 따라 하느냐고 혼내기도 뭐해 욕실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시어머니가 아이 엉덩이를 토닥이며 가엾다는 투로 말한다. 에구에구 우리 강아지, 좋은 걸 보고 배워야지 원…. 시어머니는 고개를 힐끗 돌려 나를 바라본다. 아이들은 나쁜 것부터 익히기 마련이야. 일하느라 바빠도… 아이가 우선이어야지.

저더러 어쩌라고요, 혀끝에 맴도는 말을 요리조리 굴리며 나는 힘없이 웃어 보인다.

세 돌이 지나면서 아이 스스로 해나가는 것들이 늘어간다. 손 씻고 세수하고 이 닦고 신발 신는 모습이 제법 그럴듯한데, 아이의 행동에서 별안간 내 모습이 스칠 때가 있다. 아이가 엄마 닮는 거야 당연하지만 뭘 해도 특유의 조심성과 예민함이 도드라지는 아이이기에, 혀를 쭉 내밀고 토악질하는 모습이 혹시라도 남들 눈에는 일하는 엄마로부터 비롯되는 애정결핍이나 불안 같은 이상 증상으로 비칠까 염려된다. 아이는 집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풀어지는 나를 유독 잘 기억한다. 양치하는 것 말고도 바지를 벗어 가랑이 사이 냄새를 맡는다거나 어금니에 낀 시금치를 악착같이 뽑아내거나 코딱지를 파서 소파 옆에 묻히고 발가락을 후빈다거나 남편의 옷가지를 바닥에 내던지고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는 행동들.

아이를 위해 너저분한 습관들을 고칠 필요가 있겠지만 습관을 바꾸는 건 그 다짐 자체 말고 쉬운 게 없다. 한 사람 생을 통틀어 타인의 영향력이 얼마큼 작용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크기와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귀가 얇고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나라는 인간은 선망과 부러움, 질투, 시기, 눈치 같은 것이 끝없이 얽히고설켜 이루어졌다. 이를 아이가 닮는다면 색연필로 혓바닥을 닦고 아무 데서 코딱지 파는 것보다 심각한 일이다. 그러니 습관을 바꾸기 전에 성격부터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어디 한두 가지여야지.

그러지 말고…. 시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낮게 운을 뗀다. 그러지 말고 좋게 생각하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묻는다. 알면서 왜 또 그래. 내가 뭘? 나는 다시 묻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팀장 괜찮은 사람이라며…. 남편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않는다.

일요일 저녁, 서울에 들어서는 길엔 차가 많다. 잠든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다가 창문을 내린다. 늦여름 저녁 공기는 농도가 짙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이 와닿는 느낌이다. ‘웰컴 투 서울’.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 ‘굿바이 서울’. 시작이자 끝이기도 한 경계선, 그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집들은 오밀조밀 붙어 제자리를 버티고 섰다. 서울은 그 이름에 위배되는 그림자를 지워내려는 듯 오래되고, 칙칙하고, 색 바랜 많은 것을 끊임없이 부수고 있다. 출근길에 본 어떤 건물이 퇴근길에 흔적 없이 사라져 쾨쾨한 먼지와 콘크리트 조각과 쓰레기가 나뒹구는 공터로 바뀐다. 그 옆 건물들도 차례차례 무너져 일주일 새 한 동네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 날엔 좁은 골목들을 지나 집에 다다라, 아직 낙오하지 않은 현실을 안도할 뿐이다. 이렇게 견뎌내며 한 발씩 내디디면 언젠가 중심에 다가가리라는 희망이 유효한 걸까. 아님 서서히 밀려나 감쪽같이 사라지게 될까. 후유, 한숨을 쉬자 남편이 백미러로 힐긋거린다.

계속 볼 사이인데… 잘 지내면 좋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남편이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아 횡단보도 앞에 멈춘다. 내가 회사 때려칠까봐 걱정돼? 그런 말이 아니잖아…. 당신 말 질질 끄는 버릇, 그거 어머님하고 똑같은 거 알지? 너 정말…. 신호가 바뀌고, 남편은 입을 꾹 다문 채 천천히 속도를 낸다. 앞차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되도록 클랙슨을 울리지 않으며 시속 70km를 넘지 않는 운전 방식은 남편의 일면이자 모든 것이다. 언제나 신중하게, 갈등과 다툼은 자제하며, 과한 욕심은 금물. 새치가 듬성듬성한 남편의 뒤통수를 보고 있자니 멀미가 일어 시선을 돌린다. 강 건너 높게 들어선 건물들이 서로 다투듯 LED 조명을 번뜩거리며 쏘아대고 있다. 저기 저 주상복합 보여? 팀장이 저기 살아. 전세로 살다 이번에 집을 샀대, 에취! 간질간질 바람이 코끝에 닿아 재채기가 난다. 아무래도 이상해. 나는 침 묻은 손바닥을 옷에 닦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재채기와 동시에 찔끔, 오줌이 또 새어나온 것이다. 혹시 피가 흘렀나 싶지만 그건 이보다 더 진득한 느낌이고, 무엇보다 생리는 지난주에 끝났다. 진짜 이상해. 그 말을 들었는지 남편이 주상복합 건물을 한번 쳐다보고는 중얼거린다. 너도 참… 이상한 것도 많다. 그 말을 참을 수 없어 나는 큰소리를 내고 만다. 뭐?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남편이 대답 대신 라디오 볼륨을 키운다. 나는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아이를 토닥인다. 흘러간 가요를 들으며, 까끌까끌한 마음을 닦아내듯 윗니 아랫니 사이로 혀를 쓸어내린다.

2.

D출판사 디자인 개정 작업은 작년에 마무리된 게 아닙니까?

팀장 자리로 걸려온 전화를 당겨 받자 재무부장이 평소보다 날선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다.

최 팀장은 또 자리에 없나보죠? 언제 들어옵니까?

잘 모르겠어요.

나는 괜히 기가 죽어 조심스럽게 답한다.

작년 일이라면, 제가 입사 전이라 그것도 잘…. 메모 남겨놓을게요.

무슨 진행비가 자꾸 이렇게 오버되는지, 원. 일단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재무부장의 말 속에서 ‘또’와 ‘자꾸’를 건져내 가까이 들여다본다. 작업비 정산이 왜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느냐는 일러스트레이터에 이어 제작비 세금계산서가 누락된 것 같다는 인쇄소와 방금 재무부장까지, 팀장을 찾는 전화를 1시간 동안 세 통이나 받은 것이다.

일정한 시간마다 팀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걸 안 지 열흘째다. 오후 3시에서 4시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데 믹스커피를 한 잔 더 마시기엔 입안이 텁텁한 시간. 검색어 순위와 어젯밤 텔레비전 하이라이트도 벌써 다 확인해 마우스 클릭하기조차 귀찮고 피곤해진다. 이런 나른함과 겨뤄보겠다는 듯 전화로 시답잖은 문의와 요청이 들어오거나 택배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때로 녹즙 판매원이 찾아와 손바닥만 한 샘플 팩에 빨대를 꽂아 내민다. 크고 작은 소리들과 그 사이를 삐져나오는 하품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누구든 맡아도 상관없는 잡무가 회의 테이블에서 고요히 기다리고 있다는 게 실은 가장 중요하다. 모른 척하고 싶어 다들 하나같이 책상 앞에 코를 박고 있기에 팀장의 부재를 인식할 틈이 없었을 테다.

자, 얽히고설킨 소음을 걷어내고 자 이제, 하고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하나둘 직원들이 엉덩이를 반 정도 의자에서 떼어 파티션 위로 얼굴을 내민다. 슬쩍 나를 쳐다보고, 저들끼리 한번 마주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앞에 모인다. 그러고는 각자 앞에 놓인 머그잔과 소이캔들, 디퓨저, 비누를 분류해 상자에 넣고 포장하기 시작한다.

공기업 자료집이나 정기 간행물, 대기업 사보, 단행본과 같은 출판 디자인을 주로 하는 회사지만 그것만으로 매출 손익을 따지는 게 쉽지 않아졌다고 했다. 2년 전 대표이사는 세컨드 사업을 구상했고 그때 스카우트한 인물이 바로 지금의 팀장이다. 팀장은 출판계에서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손재주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출산휴직 기간에 취미로 만들기 시작한 수제 비누와 캔들, 디퓨저가 블로그와 육아 카페를 통해 입소문 나면서 결혼 및 돌잔치 답례품, 어린이집 선물로 적지 않은 판매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대표이사가 복직을 앞둔 팀장에게 회사 내 독립된 브랜드 사업을 꾸려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팀장은 현재 디자인팀을 총괄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사업팀도 맡고 있다.

기대가 아주 많아요. 출근 첫날 나를 향해 미소짓던 팀장의 모습을 기억한다. 조금 분주하고 들떠 보였지만, 피로와 무기력에 절어 있는 상사 유형보다는 나아 보여 기대를 갖게 했는데 이제 모든 것은 과거형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 사업 매출은 대표이사가 목표한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해 팀장의 고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머그잔에 특별한 문구나 이름을 새겨주는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컵’을 제작하면서 단체 주문이 간간이 이어지지만 전체적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걱정이에요,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네요. 얼마 전부터 팀장은 회의 때마다 나를 곁눈질하면서 그런 말을 꺼낸다. 너무 기대가 컸나봐요. 왠지 사업만을 의미하는 말 같지 않아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른다.

꼭 그래서는 아니고 어쩌다보니 내가 택배 포장 업무를 도맡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일을 지시하고 이끄는 사람, 팀장이 없음을 알았다. 번거로워질까봐 혼자 해보려고도 했으나 물량이 적을지라도 상자에 담을 물건과 주문서를 일일이 확인하고 제품 카탈로그와 샘플까지 넣은 뒤 테이프로 입구를 봉하고 택배 용지를 붙이려면 제법 오래 걸리기에, 팀원들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어봤을 뿐이다. 팀장이 벌인 일인데 어째 팀원들은 점점 내 눈치를 본다. 나는 상자에 택배 용지를 붙이면서 맞은편에 선 최 대리와 임 대리에게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혹시 팀장님 외부 미팅 다녀온다는 얘기 들었나요?

음… 글쎄요, 과장님.

최와 임이 머뭇대는 동안 1년 전 인턴으로 입사해 지지난달 정직원이 된 김효주가 입을 연다.

팀장님이신데, 저희에게 그런 걸 일일이 보고하시겠어요? 워낙 바쁘고 일이 많으시잖아요.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만 나는 미소를 짓고서 아, 하고 다시 질문을 건넨다.

D출판사 개정 작업은 누가 담당했나요?

효주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택배 작업에 몰두한다. 나는 효주를 흘깃 쳐다보고 최와 임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내민다.

아까 재무부장님한테 작업비 정산 어쩌고 하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최는 갑자기 고민 많은 얼굴이 되고, 임이 한참 입을 오물거리다 말한다.

과장님 전임자가 진행했는데요. 작업 도중에 퇴사해서 팀장님이 마무리하셨어요. 거기까지밖에 모르겠는데….

그렇게 얘기하면서 임이 최를 향해 맞지? 맞지? 동의를 구한다. 최는 임과 나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경 쓰이지만 나는 일부러 크게 숨을 내쉰다.

아유,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부장님도 참. 잔뜩 겁이나 주고.

최와 임의 입가에 그제야 살짝 웃음이 어린다.

네. 팀장님이 잘 알아서 하셨겠죠. 근데 과장님, 시안 작업 마무리하셨어요?

최가 별안간 나를 향해 묻는다.

팀장님이 진행 상황 궁금해하시던데.

이번엔 내가 최와 임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핀다.

과장님 전임자는 손이 엄청 빨랐거든요. 말하자면 빈틈없는 분이셨어요. 저희가 그 방식에 익숙해져서요.

최가 말하는 사이 효주는 코를 찡긋거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근데 요즘 사무실에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크게 떠보이자 효주가 킁킁거리며 사무실 안을 둘러본다.

어디서 지린내 같은 거 안 나요? 오후 되면 더 심해져요.

그 말을 듣고 최와 임이 뒤따라 주위를 기웃기웃한다. 최와 임과 효주가 코를 킁킁대자, 괜스레 머리털이 곤두서는 기분이다.

효주씨 자리가 화장실이랑 가까워서 그런가?

임의 말에 효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 팀장님께 자리 좀 옮겨달라고 할까봐요.

그러고 나서 효주와 최와 임은 상자를 하나씩 들어 옮겨 입구 쪽에 쌓아놓고 자리로 돌아간다. 토독, 토도독, 토도도독. 타닥, 타다닥, 타다다닥, 투둑, 투두둑. 투두두둑. 이쪽저쪽 세 사람의 파티션 사이를 오가는 키보드 소리. 나는 잘게 이어지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양 태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고개를 수그리고 치마 안쪽에 손을 넣어 아랫부분을 재빨리 만져본다. 휴, 혹시나.

3.

브래지어를 벗는다.

바짝 끌어올린 젖과 젖 사이로 땀이 차 있다.

아이 낳고 젖을 물리면서 꼭지 주위가 시커메졌다. 가슴이 한참 아래로 처진 지도 오래다. 밥그릇을 소복이 엎어놓은 듯 가슴이 참 예쁘다는 말을 누가 했더라, 남편이었던가. 이 맛있는 알사탕을 종일 빨고 싶다고 말했던가. 픽,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나는 손바닥으로 가슴골을 쓱 닦아 냄새를 맡고 허벅지에 비벼댄다.

엄마 뭐해? 언제 왔는지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옷 갈아입지. 근데 왜 냄새를 맡아? 더러워서 그래? 나는 옷을 입다 말고 아이를 내려다본다. 천진한 얼굴 가득 궁금한 것투성이. 아이는 알고 싶은 게 많을 뿐이다. 그걸 알면서도 괜스레 짜증이 난다. 더럽다니, 누가 그런 나쁜 말을 해! 언성을 높이자 아이가 어깨를 움찔거린다. 엄마가 그랬는데… 저번에 할머니 보고 그랬는데…. 그 말에 나는 흠칫 놀라고 만다. 너, 그렇게 질질 끌면서 말하지 말랬지! 바보 같다고 했지! 아이는 결국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이 된다. 미안, 엄마. 잘못했어요.

네가 왜…. 그제야 후회가 밀려오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승리감이 옅게 스며든다. 넌 아직 나를 이길 수 없어. 그 마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부정하기 위해 나는 머리를 흔든다. 아니야, 율아. 힘주어 아이를 껴안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읊조린다. 미안. 엄마가 미안. 놀란 눈을 끔뻑이던 아이가 금세 해맑게 묻는다. 엄마, 나랑 같이 놀자! 응. 병원놀이 하자! 그러자. 정말? 술래잡기랑 숨바꼭질도? 그럼, 그럼. 우리 가위바위보부터 하자, 엄마! 그전에 엄마 손만 좀 씻고 나올게. 싫어, 화장실에 오래 있을 거잖아. 아냐 잠깐이면 돼. 아빠 곧 오신다니까 블록놀이 하고 있어.

아이 등을 억지로 떠밀고, 도망치듯 화장실에 들어간다. 손만 닦아서는 영 개운하지 않아 팬티를 벗고 샤워기를 튼다. 칫솔 가득 치약을 짜고 흐르는 물에 양치를 한다. 침과 뒤섞인 허연 거품이 주르르 몸 아래로 흘러내린다. 목 깊숙이 혀를 닦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풀린다. 이참에 나는 아예 서서 오줌을 싼다. 치약 거품과 누런 오줌과 샤워기 물줄기가 한데 섞여 발밑으로 빠져나간다. 열 살 때였나, 외갓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낸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후 3분 이내에 꼬박꼬박 이를 닦았다. 윗니 아랫니 어금니 금니 이를 닦은 뒤 할아버지는 마치 집 앞 마당을 쓸 듯 정갈한 자세로 혀를 닦았다. 구취의 원인은 바로 여기, 혀에 다 있단다. 허연 거 보이냐? 이걸 잘 닦아야 해. 구린내 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자고로 혀를 중시해야 한다. 마음과 말의 중심 아니겠냐. 할아버지는 그러고 나서 카아악 침을 뱉으며 양치를 마무리했다. 구린내 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더 공을 들여야 하는데 자꾸 아이가 불러댄다. 샤워기를 끄고 서둘러 몸을 닦는다.

야근 잦은 남편은 아직 오지 않고, 작은방에 아이와 누워 자장가를 부른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아이는 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만지작거리며 노래를 흥얼댄다. 블라인드 틈새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아이 미소를 발견해내곤 한동안 곁에 머무른다. 엄마, 우리 비행기 노래도 부르자, 떴다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나는 입안에 물고 있던 하품을 뱉으며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9시45분. 아이를 재우고 나서 믹스커피를 한 잔 마신 뒤 반찬 만들고, 도시락 싸고, 다음날 어린이집에 보낼 식판과 알림장을 챙기고, 라디오 들으며 디자인 시안을 마무리할 계획인데 마음과 다르게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이러다 잠들기 전에 아이를 먼저 재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주까지 제출할 디자인 시안은 지난달 작업한 팸플릿에서 탈락한 후보 중 아무래도 아쉬웠던 두 개 정도를 교묘하게 뒤섞어 바꾼 결과물이 될 것이다. 글쎄 뭐라고 피드백을 해야 할지,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니죠? 팀장의 목소리를 떠올리자 절로 눈이 부릅떠진다.

율아, 저기 창밖에 가로등 보이지? 빨리 안 자면 저 가로등이 괴물로 변한대. 괴물은 어흥 어흥, 무섭잖아. 엄마, 어흥은 괴물 아니고 호랑이야, 난 호랑이 안 무서워. 그럼 율아, 가위바위보 하자. 가위바위보? 응, 엄마가 이기면 자야 해, 괴물 오니까. 내가 이기면? 엄마가 괴물 혼내줄게. 싫어, 그거 말고. 내일 장난감 자동차 사올게. 그거 말고. 그럼… 회사 가지 말까? 우아 신난다!

가위-바위-보!

아이가 주먹을 쭉 뻗어 보인다. 아이의 패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직 게임 규칙을 모르면서, 놀이하듯 내지르는 환호와 탄성이 재미있을 뿐이다. 엄마가 이겼네. 내 말에 아이가 시무룩해진다. 봐 율아. 보자기할 때 보. 엄마가 보를 내면 주먹이 지는 거야. 엄마, 한 번만 더 하자. 안 돼, 이제 자야지. 율아, 저기 괴물 온다!

4.

최 팀장, A그룹 사보 진행비가 왜 이중 처리된 겁니까?

이제 막 출근한 아침 시간, 재무부장이 저벅저벅 우리 팀으로 걸어오더니 팀장에게 묻는다.

최와 임이 팀장을 본다. 효주가 팀장을 본다. 팀장은 최와 임과 효주를 차례대로 공평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합을 더한 만큼의 뜨거운 시선을 내게 던진다.

박 과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정말 몰라요?

고문관 얼굴을 마주한다면 이와 같을까. 팀장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눈빛은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듯 차갑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팀장에 이어 효주와 최와 임까지, 모두들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범인이든 아니든 서둘러 용의자를 세워놓고 자신은 아무 상관 없음을 증명하기 바쁜 얼굴들. 두 손을 뒤로 숨기고 어떠한 패도 내보이지 않은 채 말없이 더 많은 말을 건네는 이들. 팀장과 공범인 걸까, 숨이 막혀온다. 여러 경우의 수를 헤아리다가 나는 팀장님, 하고 말문을 뗀다.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가 더욱더 가라앉는다.

그 일은 효주씨에게 시키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지난주 회의 때 팀장님이 직접 마무리하고 정산하겠다고 말씀하셨고요.

쿵쾅대는 가슴을 다독이며 주위를 살핀다. 임이 머리를 긁적인다. 최가 재무부장 눈치를 살핀다. 효주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다 같이 들은 것 같은데, 왜 저만 기억하는지….

나는 작지만,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팀장이 일그러진 입가를 손등으로 감추고 어머 어떡해, 목소리를 높인다.

죄송해요 부장님. 깜박하고 전표를 두 번 처리했나봐. 박 과장한테 일을 맡기면 마음이 안 놓여서….

팀장이 재무부장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다 제 잘못이에요. 앞으로 실수 없도록 할게요.

그러고 나서 팀장은 재무부장에게 살포시 기댄다. 우리 오늘 저녁에 회식할까요, 다정하게 묻는다. 재무부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부장님, 어머머, 박 과장 저 눈빛 좀 봐요.

어깨를 부르르 떨며 팀장이 호들갑스레 말한다.

무서워라. 저러니 내가 뭘 시킬 수나 있겠어요? 일이라도 잘하면…. 에이, 말을 말아야지.

팀장의 말을 듣고 재무부장이 나를 쳐다본다. 최와 임과 효주도 나를 본다. 얼굴에 찌르르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다. 온몸에 열이 뜨겁게 오르는 것 같더니 불현듯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입안이 텁텁해 당장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5층 전체를 통틀어 공용화장실은 단 한 곳. 근무하는 여직원이 스무 명은 족히 넘을 텐데도 이렇다. 세면대 두 개에 변기는 한 개뿐. 알 수 없는 상호와 문패를 매달고 다다닥 붙어선 사무실 사람들은 인사도 나누지 않지만 나는 누가 어떤 고충을 갖고 사는지 대강 짐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에 와서 상사 험담을 늘어놓고 가는 여자, 두 명의 남자와 번갈아 통화하면서 다섯 시 반마다 공들여 화장을 고치는 여자, 대출 가능 한도가 얼마큼인지 저축은행에 물어보는 여자, 자주 훌쩍이는 여자. 그중 나는 오래 양치하는 여자다. 치약을 짜다가 거울을 바라본다. 내가 어쩌다…. 더 나은 환경이 넘쳐나지만 나는 번번이 그런 곳엘 가지 못했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나 유학이든 연수든 외국 경험 있는 후배에게 최종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너보다 운이 쪼끔 더 좋았을 뿐이지, 뭐. 그래도 너는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걱정할 게 뭐 있니.

혀를 쭉 내밀고 허옇게 들러붙은 설태를 살핀다. 나는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원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다시 일도 시작했다. 그럼에도 뭐가 걱정이냐고? 모든 게 걱정이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서, 다시 일을 시작해서 말이다.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을 참아내야 하고, 출산 뒤 엉망이 되어버린 몸을 받아들여야 하고,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일도 해야 한다. 늘 시간에 허덕여 일도 집안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직원 복지를 위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몇몇 기업의 사례를 뉴스에서 볼 때마다 나는 사진에 코를 박고 아는 얼굴이 있는지부터 살핀다. 워킹맘들을 위해 금요일마다 격주로 단축근무를 한다거나 사내 어린이집에 이어 도서관이 마련된다는 기사들은 카피만 봐도 속이 쓰리다. 두 팔 벌려 활짝 웃는 여자들 중 하나를 오려내 그 자리에 나를 대신하는 상상도 수차례다. 퉤, 거품을 뱉어내고 혀를 닦으려는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린다. 깜짝 놀란 나머지 오줌이 질금 새어나온다.

박 과장, 계속 여기 있었어?

볼일을 보고 나온 팀장이 옆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며 나를 흘깃댄다. 축축해진 팬티가 신경 쓰여 귓불이 뜨거워진다. 혀를 내밀기도 어쩐지 어색해 입을 오, 하고 작게 벌린다. 칫솔로 조심조심 혀를 쓸고 오물오물 입을 헹군다.

박 과장, 자기는 어쩜, 뭘 해도….

팀장은 나를 위아래로 훑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아직 배울 게 많지? 우리 회사만 놓고 보면 한참 막내잖아.

나는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네 뭐, 하고 애써 대답한다.

자기는 보기랑 참 많이 다르더라.

팀장이 물기 어린 손을 털며 한숨을 내쉰다.

박 과장, 우리 좀 편하게 살자. 사람이 어떻게 이기려고만 들어?

팀장이 나를 향해 찡긋 눈을 감았다 뜬다.

관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건 설렘이나 배려가 다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그 반대로 최대한 감추어야 한다. 나는 팀장을 신뢰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믿음직한 미소를 지어야만 한다. 밀고, 당기고, 이기고, 지고, 비기면서 끊임없이 내기를 하는 중이다. 그러니 주먹과 가위와 보 사이에서 서로를 가늠하고 패를 들켜서는 안 된다. 매 순간 관계의 우위를 점하는 일투성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듯 열연해야 한다. 뻔히 알아챌 적의와 비난을 감추는 대신 거짓된 웃음소리를 키워야 한다.

잘 알면서도, 나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박 과장, 우리 잘 지내봐요.

백열등 아래에서 팀장의 얼굴 곳곳 얼룩진 기미와 거무튀튀한 다크서클이 도드라진다. 어머, 사장님, 하고 휴대전화를 받으며 팀장이 화장실을 나간다.

5.

웬 커다란 쇼핑봉투가 책상에 놓여 있다.

뭘까 싶어 열어보니 잠바, 모자, 목도리, 멜빵바지, 크레파스, 장난감, 입다 만 내복까지 이것저것 담겨 있다. 팀장이 다가와 결재판을 건네주곤 쇼핑봉투를 가리킨다.

아침에 준다는 게 정신이 없었지 뭐야. 우리 아들 입던 옷들이랑 장난감이에요. 워낙 비싼 브랜드라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서…. 한 철 입힌다 생각하고 부담 없이 가져요.

팀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토도독, 토도도독, 타다닥, 타다다닥, 투둑, 투두두둑. 최와 임과 효주의 파티션 사이를 오가는 키보드 소리가 들려온다. 셋 중 하나가 픽 하고 자잘한 웃음을 터뜨린다. 큭큭, 다른 누가 웃으니 또 다른 누가 웃음을 참으려는 듯 흐으음, 애써 헛기침을 한다.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들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목구멍 가득 뭔가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침을 꿀꺽 삼키고 힘주어 팀장에게 미소짓는다.

더는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고맙습니다.

오늘따라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이 힘에 부친다. 계단 난간을 붙잡을까 싶지만 손바닥에서 쇳내 나는 게 싫어 다리에 힘을 싣는다. 이렇게 한 계단씩 밟아가다보면 조금 나아질까. 적금을 하나 더 들고, 좀더 대출받아 집을 옮기고, 언덕 없는 동네에 살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짧게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남편에게 얘기해볼까. 비행기를 진짜 타게 된다면 아이가 무척 좋아할 테지.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엄마, 그거 뭐야? 내 거야?

아이가 졸졸 뒤를 따라다니며 묻는다. 궁금해? 나는 옷을 벗어 던지며 입을 연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에게 시큰둥하게 답한다. 별것 아니야. 로봇이야? 아니. 그럼 자동차야? 공룡이야? 아니라니까! 또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만다. 아이가 멈칫하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난다. 율아… 나는 숨을 내쉬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바라본다. 율아, 뭔지 한번 알아맞혀봐. 곰곰 생각에 잠긴 아이에게 게임을 청한다. 우리 가위바위보 하자. 그 말에 아이가 두 눈을 반짝거린다. 가위바위보? 응. 율이가 이기면 저거 다 가져도 돼. 엄마가 이기면? 그럼 다 엄마 것.

자, 가위-바위-보!

아이가 검지와 중지로 브이 자를 그리며 폴짝이고 있다. 나는 휘둥그레져 아이를 본다. 야호! 내가 가위 냈으니까, 이겼지? 엄마는 맨날 보자기 보만 내잖아. 아이는 메롱, 혀를 쏙 내밀더니 쇼핑봉투를 가로채듯 가져간다. 우아 뭐가 되게 많다! 로봇이랑 자동차다! 하나씩 꺼내들며 아이가 종알댄다. 나는 그 모든 감탄과 환호와 탄성을 놓치지 않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양, 텅 빈 손바닥을 바라볼 뿐이다.

이혜재

가작 '가위바위보' 이혜재씨 수상 소감


오래된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이혜재 제공

이혜재 제공


해야 할 일이 줄지 않는다. 시간 많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그땐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그 마음과 욕망을 속으로만 삼켜냈다. 인생의 안정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리라는 불안감 때문에, 앞만 보고 걸었다.
몇 해 전부터 그 오래된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이제 막 안정 궤도에 자리잡을 즈음이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친정엄마 도움으로 무사히 직장에 다니고, 승진도 하고… 별 문제가 없는 일상인데 자꾸 숨이 찼다. 날마다 실행해야 할 ‘미션’이 코앞에 놓였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가족이 삐걱거리거나 회사 업무가 틀어졌으므로 내가 더욱 잘해야 했다. 까먹지 않고 체크, 또 체크. 잠자다 번쩍 눈이 떠졌고 밥을 후닥닥 먹었으며 성격이 급해졌다. 분명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일상인데… 괜히 화나고, 세상이 원망스럽고, 커피와 술은 점점 늘고, 마음이 허해서… 결국 나만을 위한 미션을 추가했다. ‘고작’ 글 쓰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욕심을, 욕망을 떳떳이 마주하기까지 이렇게 돌아온 셈이다.
쓰다보니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두렵지만,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다. 손바닥문학상에 응모한 까닭도 그래서였다. 이토록 작은 목소리에도 기꺼이 귀 기울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당선 전화를 받자 기쁨과 함께 두려움이 일었다. ‘정말로’ 누군가 내 글을 읽게 된 것이다. 아, 이런. 새로운 미션 하나가 주어진 기분인데 이상하게도 힘이 솟는다. 해야 할 것도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그러면서 정신을 잘 차리고 살아야겠다.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모두에게, 새해는 지금보다 좀더 좋은 날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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