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엘의 첫 신발. 다엘은 어디에 발을 딛든 그곳에 굳건히 뿌리내릴 것이다. 정은주
“나를 낳아준 분은 어디에 살아?”
다엘이 어릴 때 처음 생모에 대해 물었던 말이다. 이후 가끔 생각날 때마다 생모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사는지 물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그런 질문이 뜸해져서 어느 날 내가 물었다. “낳아준 분에 대해 왜 안 물어봐? 궁금하지 않아?” “안 궁금해. 혹시 만나서 나를 데려간다고 하면 어떡해?”
다엘은 생모가 자신을 데려갈까봐 불안해하더니 이후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키울 준비도 안 됐으면서 왜 나를 낳고 포기한 거야? 난 안 만날 거야.” 다엘이 가진 불안이나 분노는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상에는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서 태어나는 생명도 있으며 낳은 이의 처지는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내 생각이 언젠가 다엘의 가슴에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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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확실히 하기 위해, 현행 입양특례법상 미혼모는 입양을 보내기 전에 출생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출산 사실 공개를 두려워한 미혼모들이 아기를 유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입양가족모임에선 법 개정을 요구했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익명 출산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많은 입양부모들이 법 개정을 위해 서명받는 과정에서 미혼모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입양부모가 들었던 말을 옮겨본다. “철부지 사랑 놀음의 결과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혼모가 과거를 숨기고 새 출발 하는 걸 용서할 수 없어요. 당연히 호적에 글씨를 남겨야죠, 주홍글씨처럼.”
이토록 단호하고 경건한 태도라니! 오직 ‘정상 가족’ 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면, 불순한 존재이므로 주홍글씨를 새겨야 한다는 거다. 혼외 출생자를 멸시하던 구시대의 전통을 너무도 잘 지키는 순혈주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일말의 공감도 없는 고도의 도덕성(?). 이런 엄숙주의는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닌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두지 말라 외치고, 입양가족에게 낮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걸 서슴지 않는다. 우리가 입양할 수 없으니 해외로 입양 보내야 한다는 세태에도 한몫했다. 그러면서 해외 입양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라 하니 희극이 따로 없다.
입양가족모임 ‘물타기연구소’ 소장 홍지희씨는 말한다.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두지 말라는 것을 보니, 아마 먼 옛날 머리 검은 곰을 사람인 줄 알고 잘못 거두었다가 큰 화를 입은 모양”이라고. 그는 ‘뿌리 찾기’가 아닌 ‘옛터 찾기’라는 말을 제안했다. 우리 아이들은 뿌리 없는 존재가 아니며, 뿌리는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내리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진심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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