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마에 대못이 박힌 채 고통에 울부짖는 고양이가 서울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고 괴롭히는 ‘연쇄살묘마’로 인해 사회 분위기는 흉흉해진다. 증거를 하나도 남기지 않는 철두철미한 범행에 경찰도 손을 놓고 지켜볼 뿐이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 정동언은 이 사건의 범인을 알고 있다. 그는 식물과 대화하는 ‘채널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 포진한 모든 식물들이 스스로 몰래카메라와 도청장치가 되어 정보를 빠짐없이 전해준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도 연쇄살묘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진 않는다. 경미한 처벌만 받고 풀려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식물과 함께 범인의 죄질에 상응하는 고통을 안겨주기로 결심한다.
이외수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 (해냄 펴냄)는 정의의 사도가 악당을 물리치는 히어로물이다. 주인공은 식물과 함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차리고 ‘사회정화’에 나선다. 세상의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자연과 힘을 합친다는 맥락은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등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악당을 응징하는 기발한 방법을 동원한다. 범인이 먹는 식물의 독성을 극대화해 배탈을 일으키거나, 범인의 몸과 정신을 특정 나무에 빙의시킨 뒤 고통을 주기도 한다.
소설 속 사건은 상당 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고양이 몸에 재미로 대못을 박는 범죄는 2005년 실제 일어난 일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고양이가 느꼈을 고통을 범인이 똑같이 느끼게 하며 잘못을 뉘우치도록 한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초법적 응징’을 소설에서 실현시킨 것이다. 법 집행이 공평하지 않기에 정의의 사도가 직접 나서 나쁜 일에 걸맞은 고통을 안겨줬으면 하는 대중의 심리를 대변한다. 현실에서 죄를 묻지 못한 4대강 사업 주동자들을 처벌하는 장면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완고한 선악 이분법 구도에 갇혀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성과 군미필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곳곳에 등장하는 점,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떨어지는 점 등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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