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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덕후 예술사

고양이로 읽는 예술인문학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등록 2016-12-30 16:03 수정 2020-05-03 04:28

지구를 지켜야 한다. 지구는 고양이가 사는 유일한 행성! 치명적 매력에 ‘심장 폭행’ 당하면서 집사를 자처하는 묘주(독일의 묘주를 일컫는 말은 Dosenffner. 뜻 ‘통조림 따개’)를 다수 배출 중인 동물. 의학·예술·종교를 넘나든 20세기의 스승,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고통의 피난처로 꼽은 두 가지 중 하나인 고양이(다른 하나는 음악). 무엇보다, 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줘온 ‘묘’한 존재.

예술인문학자 이동섭의 (아트북스 펴냄)는 미술 속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비춰보려는 시도다. 고양이는 인간과 약 5천 년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인간의 상태와 생각이 반영된 매개체로 삼을 수 있다는 것. 귀여움 빼고, 고양이의 각별함은 첫째, 노동력과 육식을 제공하지 않고서도 살아남음과 둘째, 애정과 멸시를 한꺼번에 받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고양이에게 양가적(혹은 입체적) 감정을 지닌 인간의 시선을 시대순으로 따라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6년 12월20일부터 2017년 4월9일까지 여는 ‘이집트 보물전’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가 고양이 미라다. 야생 고양이가 인간 곁으로 온 때와 장소는 고대 이집트로 추정된다. 농경사회에서 고양이는 요긴한 동물이었다. 곡식은 줘도 안 먹고 곡식을 서리하는 쥐는 잡는다. 급기야 파라오는 고양이에게 반신(바스테트 여신)의 지위를 준다. 고양이를 보살피는 자에겐 세금을 감면하고, 죽이면 사형. 고대 이집트인은 쉴 곳과 먹을 것을 바치던 고양이가 돌아가시면 제 눈썹을 밀고 미라를 만들었다. “고양이 유전자에는 신의 지위를 누렸던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

중세에 고양이는 ‘악마의 분신’으로 찍혀 암흑기를 맞는다. 사냥할 때면 사납게 변하는 고양이의 본능을 위선이자 죄로 읽은 시대다. 로마가톨릭은 고양이를 마녀적 존재로 보고 재판받게 하거나(!?) 화형시켰다. 알다시피, 마녀는 ‘마녀 여부를 판단하는 권위’, 즉 교회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제물이다.

이후 종교와 지식을 분리한 르네상스부터 오늘날까지 ‘냥덕후’는 즐비하다.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작은 것은 명작”이라며 고양이를 사랑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양이 스케치를 제법 남겼다. 벨라스케스, 고야, 고흐, 샤갈, 파울 클레, 앤디 워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과 자코메티의 조각…. 책에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 수백 개의 도판이 실렸다.

마네의 , 고갱의 등 많은 작가의 걸작에서 여성과 고양이는 함께다. 한때 여신이던 고양이는 현대까지도 여성성과 감각적 친연이 깊다. 고독, 지식인의 이미지는 수도원에 많이 살던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성직자, 철학자와 함께하다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질서와 청결을 좋아하고, 얌전하고 침착하며 자기만의 습관을 가진다. 고양이는 친구가 되어줄진 모르나 당신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철학하는 동물이다.”(프랑스 작가 테오필 고티에)

그런데, 신격화되어 반출이 금지된 이집트 고양이는 어떻게 퍼졌을까. 페니키아 무역상들이 북아프리카와 남부 유럽에 고양이를 팔아넘기면서라고.

석진희 디지털뉴스팀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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