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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구원할 수 있나요

한국 종교 문제와 사회 위기를 진단한 <지금, 한국의 종교>
등록 2016-11-16 23:31 수정 2020-05-03 04:28

온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박 대통령과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 최씨와의 종교적 관련성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반면교사 삼아 세속화된 종교 문제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헬조선’을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종교는 어떤 가르침을 세상에 내놓아야 할까. 우리나라 3대 종교인 불교, 개신교, 가톨릭을 연구하는 종교학자와 신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메디치미디어 펴냄).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진호 목사,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자 편집장이 각각 불교, 개신교, 가톨릭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비판한다. 한국 종교는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 실현과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회와 사찰은 대형화되고, 신앙은 상업화되고 있다. 이 책에선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 개신교의 독선적 배타주의, 가톨릭의 엄격한 권위주의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김근수 소장은 ‘가난’이 아닌 ‘돈과 권력’만을 좇는 가톨릭교회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신자유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를 더 증가시킨다. 또한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종교는 부자에 더 의지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종교와 종교인들이 경영자 마인드에 빠지기 쉽다. 종교가 거대 업체를 소유하고 경영하게 되기 때문이다. 종교 재단이 소유한 대학이나 병원이 그 좋은 예이다. 종교는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워야 하는데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기본 원리를 채택해서 종교를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톨릭 주교들은 대부분 경영자 마인드에 투철하다. 교구를 마치 사기업처럼 운영하여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보는 경우가 있고, 본당 신부들도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지점처럼 본당을 운영한다. 지금 가톨릭은 무신론과 싸울 때가 아니고 신자유주의와 싸워야 한다.” 더불어 그는 실천이 결여된 채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의 문제를 꺼낸다. “불교는 고통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고통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며, 고통받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하는 일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개신교의 근원적 문제인 배타성의 배후로 권력 욕구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개신교계에는 재건축의 신화가 있다. 교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빚을 내서라도 교회당을 크게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재건축의 신화는 교회의 성장뿐 아니라 교인 개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과 연결돼 있기도 하다. 대형 교회는 거대한 인맥 공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성장하면 그 인맥 공장의 일원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도들도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들은 원효의 화쟁 사상처럼 싸우되 평화롭게 싸우며, 종교 간 경계를 넘나들며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모두의 고통을 덜어주고 행복을 키워나가는 지혜와 앎을 나누자는 것이, 종교 본연의 기능이라고 말한다. 이 기능을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헬조선’을 구원하기 위해.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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