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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또 하나의 개성공단

10여 년 현지 조사·참여 관찰의 기록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등록 2016-10-30 14:29 수정 2020-05-03 04:28

압록(鴨綠). 오리의 푸른 머리빛을 닮은 강. 정확히 70년 전, 이미륵(1899~1950)은 자전소설 를 출간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압록강을 건너 머나먼 독일에 정착했다. 압록강은 이미륵에게 존재의 시원이자 마음의 고향이었다.

문화인류학자 강주원에게도 압록강은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강을 마주 보고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이 100년 남짓 쌍둥이 도시를 이루고 있는 곳. 지은이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30차례 가까이 ‘중·조 국경’ 현지 조사를 벌였으며, 15개월 동안 단둥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눌민 펴냄)이다. 2013년 출간한 첫 책 (글항아리 펴냄>의 후속편. 구체적이되 어렵지 않은 서술에다 직접 촬영한 사진들도 담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목적은 압록강과 단둥, 신의주를 둘러싼 ‘편견의 철조망’을 걷어내려는 데 있다. 그의 문제의식이다. “한국 사회는 이 국경 지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압록강과 두만강을 답사하고 여행한 사람들이 본 것이 현실의 전부일까? 무언가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압록강을 본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압록강에 들어가기를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였을 때에, 그리고 한 번도 북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 아들이 북한 사람은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에 아들은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을까? 한국 사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었을까?”

국경도시 단둥은 중국인은 물론 ‘네 집단’(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다. 식당에서 중국과 남북한 사람들이 뒤섞여 밥을 먹고 쇼핑센터에는 한국산 식료품과 가전제품이 그득하다. 북한 노동자가 만든 김치도 맛볼 수 있다. 지은이는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제재를 목적으로 한 ‘5·24 조치’가 단둥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5·24 조치와 무관하게 단둥은 남북 모두에 ‘또 하나의 개성공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압록강의 물결은 흐르고 흐르다 황해에서 대동강과 한강에서 흘러나온 물과 섞인다. 유구한 세월 동안 그런 흐름을 멈춘 적이 없다.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럴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압록강을 보면 남북이 더불어 살아오며 일군 교류와 평화의 강줄기가 보인다. 한국 사회의 ‘희망적 사고’와 달리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특히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편견과 오해를 부채질한다고 지은이는 매섭게 비판한다. 한 예로, 단둥 외곽에 설치된 철조망은 탈북자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국경을 분명히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것. 이 때문에 철조망은 드문드문 끊긴 곳이 많고, 철조망 안쪽에서 농사를 짓는 풍경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긴장감이 고조된다던 언론 보도와 달리 단둥은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에 바탕해 바로잡기도 한다. 현지 취재를 하더라도 ‘참여 관찰’ 없이 피상적이고 불충분한 정보와 인식에 근거한 언론 보도야말로 안락의자에 앉아 연구하는 인류학자와 다르지 않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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