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한 남자가 스티로폼 파쇄기에 상반신이 압착돼 죽었다. 오래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 4개가 잘린 산업재해 노동자였다. 그런 그가 또다시 산업재해로, 다친 것도 아니고 죽었다. 그것도 안전장치 풀린 기계에 몸이 끼어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한 남자도 죽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었다.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회사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다.
노동안전 활동가 남현섭과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이들의 비극을 설득할 숫자를 찾기 위해, 자료를 뒤지다 깜짝 놀랐다.
2016년 4월8일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 수 427명, 산업재해 사망자 수 2134명…. 보험회사 손실통제부서에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1:29:300의 법칙이다. 1명의 중대재해 피해자가 있으면 경상 피해자가 29명, 잠재적 위험에 처한 사람이 300명 있더라는 사실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전에 꾸준히 작은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경고를 했다’고 설명한다. 그것을 모른 척하면 크나큰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법칙은 이후 산업재해뿐 아니라 참사나 재난 등 사회적 위기와 관련돼 해석된다.
하인리히 법칙대로라면, 세월호의 경고는 1일까, 29일까, 300일까. 규제를 깡그리 무시한 배에 탄, 304명이 수장됐다. 살고 싶다던 소년의 절규를 담은 영상은 돌아왔지만, 소년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위험한 배는 여전히 바다에 떠 있다.
해운조선·보험업계 인사들이 설립한 한국선급은 대형 중고 수입 선박을 검사한다. 해양수산부가 대행검사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검사했던 한국선급은 참사 이후 선박 검사 내규를 오히려 완화했다. 이를 심사할 법과 제도, 관계기관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왜 안 그렇겠나. 참사가 있던 그해, 새누리당은 선상에서 도박할 수 있는 ‘크루즈산업 육성법’을 민생법이라며 밀어붙였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때문에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며, 난리를 쳤다. 대통령은 나서서 ‘규제를 단두대에 올려 목을 치겠다’고도 했다. 규제 완화로 배가 침몰했는데, 참사의 기억이 잊혀지기도 전에 그들은 다시 규제 완화를 목청껏 외쳤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들의 탈출구인 것처럼.
안전장치를 제거한 스티로폼 파쇄기에 빨려들어간 그를 생각한다. 노동조합 파괴하는 회사를 보며 영혼이 짓밟힌, 그를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을 구조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그들을 생각한다. 파쇄기에 압착된 죽음이라니… 수학여행 가는 즐거움으로 들떠 있던 바다 위에서 사라지는 죽음이라니…. 우울증과 아픔으로 자기 몸을 대패로 밀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나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더욱 고유한 죽음을 희망한다.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기에, 죽음의 고유성은 보장돼야 한다. 비참한 죽음이 지천에 널린 곳을 ‘사회’라 부를 수 없다. 누군가의 죽음 자체를 온전히 기억하고 슬퍼할 수 있을 때 그제야, 마땅히 ‘사회’라 부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떠난 이들이 죽음으로 경고한 위험신호를 모른 척하고 질주하는 이곳은 ‘사회’라 부를 수 없는 곳이다. 이제 겨우 봄인데, 산업재해로 죽어간 사람이 2천 명을 넘다니…. 여름, 가을, 겨울 지날 때까지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야만이 목울대를 울린다. 이곳은 ‘국가’도 ‘사회’도 아니다. 그냥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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