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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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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왜 책 읽기 싫어할까

남아와 여아는 두뇌 발달 달라… 좋아하는 책부터 연극처럼 읽어주세요
등록 2016-04-09 15:17 수정 2020-05-03 04:28

8살 딸과 5살 아들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딸은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했고, 지금도 스스로 책을 찾아 읽어요. 당연히 아들도 누나처럼 책을 좋아할 것이라 기대했지요. 그런데 아들은 책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아들에게 책을 함께 읽자고 하면 딴청만 피웁니다. 퇴근하면 딸의 숙제 봐주고 이것저것 챙기다보면 힘든데 아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화가 납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우리 아들, 어떻게 책과 친한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요? (도봉구 책사랑맘)

아이들이 책과 친한 아이로 자라기를 소망하고, 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도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님과 같은 고민이 있었답니다. 딸은 책을 좋아하는 반면, 아들은 책보다는 로봇 장난감과 만화영화를 좋아하고 책은 건성건성 읽었지요. 그래서 자꾸 딸과 아들을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딸과 아들을 함께 키울 때 아들을 딸과 비교하지 말라고 합니다. 여아와 남아의 특징도 다르고, 두뇌 발달도 다르기 때문이죠. 미국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레너드 색스는 라는 책에서 6~10살 남아들은 여아보다 두뇌 발달이 2년 정도 늦는데 조기교육이 판치는 사회에서 남아들의 열등감이 심해진다고 지적했지요. 또 두뇌 발달 전문가들은 남아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여아보다 서툴다고 말합니다. 충동을 조절하고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발달도 남아가 여아보다 늦는다고 하네요.

독서율도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습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종이책을 읽는 비율이 여학생은 초등학교 때 96.4%, 중학교 때 81.7%, 고등학교 때 90%였습니다. 그런데 남학생은 초등학교 때 91.4%, 중학교 때 77%, 고등학교 때 67.7%로 급격히 낮아집니다.( 김은하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참조)

윤운식 기자

윤운식 기자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아들이 딸처럼 책과 친하지 않다고 화만 낼 문제는 아닙니다. 아들에게 적합한 독서 지도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지요.

독서교육 전문가 김은하씨는 남자아이들을 위한 독서 지도 해법으로 △남자아이가 선호할 만한 책 고르기 △독서 후 설명할 때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시각적일 것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남성 역할모델 제시해주기 등을 조언합니다. 남아들은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와 역할모델을 찾을 수 있는 남성이 주인공인 책, 동일한 등장인물과 비슷한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익숙하고 독해하기 편한 시리즈물, 유머나 엉뚱함, 말썽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책, 감정보다는 행위 묘사에 초점을 둔 책, 시각적 요소가 곁들여진 책 등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저도 이런 점들을 참고해 요즘 아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실험 중입니다. 아들은 ‘똥’이나 ‘방귀’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되도록 아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의 책을 고릅니다. 전래동화 중에 라든지 같은 이야기책을 고르지요. 또 무조건 책장을 넘기며 읽어주기보다 중간중간 이야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아들에게 설명해줬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손짓 발짓 몸동작을 크게 하고 억양도 크게 합니다. 거의 연극 수준으로요. 이런 식으로 해보니 아들이 몰라보게 예전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더군요. 아들과 딸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부모님이 너무 지치지 않을 정도로 제가 말한 방법들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양선아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여러분, 워킹맘 양 기자와 육아 고민 나누세요. 전자우편(anmadang@hani.co.kr)으로 고민 상담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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