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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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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엄마, 사귀어야 할까요?

아이가 자율적으로 친구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진 독야청청 고립무원보다는 정보 공유하고 고민 나눌 네트워크 필요해
등록 2016-01-30 16:25 수정 2020-05-02 19:28

성격이 내성적이에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도 아이 친구 엄마를 두루 사귀지 않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엄마들 모임에 자주 나가 친한 사람을 만들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싫어도 아이를 위해서는 억지로 나가라고요. 기자님도 엄마 모임 자주 나가셨나요? 아이 친구들의 엄마 네트워크 정말 중요한가요? (파주 예비 초등맘, 41살)

지~잉, 지~잉. 카카오톡 메시지가 뜹니다. “오늘 재원생 오리엔테이션 가시나요?” 7살 아들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친구 엄마들의 ‘카톡방’에서 한 엄마가 질문을 올렸습니다. 아뿔싸! 아들의 알림장 확인을 잊었네요. 저는 부랴부랴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오리엔테이션이 있는지조차 몰랐어요. 일 때문에 못 가는데 어쩌죠? 변경 사항이나 알아야 할 사안 있으면 공유 부탁드려요.” 고맙게도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엄마가 올해 특별활동이 어떻게 바뀌는지, 또 원장님의 전달 사항 등을 바로 ‘카톡’으로 전해주었습니다.

엄마들끼리 이러한 정보 공유와 소통이 가능한 것은 평소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끼리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엄마·아이들이 만나 틈틈이 놀이터에서도 놀고, 영화를 보거나 박물관 관람을 하면서 정을 쌓았거든요.

처음에는 엄마들끼리 데면데면했지만 계속 만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아이 친구 엄마가 아니라 아는 언니, 친구, 동생 관계가 되었지요. 저는 아이가 둘이다보니 부정기적으로 만나는 엄마 소모임이 3~4개 있습니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 아이에 관한 고민, 어린이집 및 학교 생활 정보, 일하는 엄마로서의 고민, 장난감이나 교육 정보 등등 무궁무진한 이야기꽃을 피우지요.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물론 관계를 맺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 돈도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감정 노동에도 시달립니다. 아이들끼리는 잘 맞는데 엄마들끼리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엄마들끼리 오해가 생겨 관계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트 아들러가 오죽하면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했을까요.

그래도 저는 독야청청 고립무원으로 사는 것보다 끊임없이 나와 함께할 ‘친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거와 다른 주거 환경과 놀이 문화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우리 시대 부모라면요. 과거에는 아이들이 골목길이나 공터,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며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공간들이 사라졌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방과 후 학원으로 직행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성장기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들과 상호작용할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자율적으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초등 고학년 전까지는 부모가 친구들과 함께할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더군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학부모 총회를 엽니다. 이때는 월차를 내더라도 참여할 것을 권합니다. 학부모 총회날 담임 선생님은 물론 같은 반 부모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할 수 있어요. 그날 부모들끼리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반모임이 열리면, 되도록 아이와 함께 참석할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아이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가 누구인지도 보이고, 같은 반 아이들의 성향도 보입니다. 나와 교육 철학이 비슷한 사람도 보이고요.

아이 친구 관계를 위해서 억지로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가정·직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또 다른 친구를 만날 기회라고 생각해보세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아이 친구 엄마를 대할 수 있으실 거예요.

양선아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여러분, 워킹맘 양 기자와 육아 고민 나누세요. 전자우편(anmadang@hani.co.kr)으로 고민을 상담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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