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와 아이 돌보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오전에 도우미가 도와주면 한결 일이 줄겠지만 퇴근 뒤 상황도 만만치 않지요.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 앞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나요. 아이 유치원 하원부터 저녁 식사와 목욕,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놀기, 어린이집 수첩 확인, 잠 재우기 등 잠시라도 엉덩이를 바닥에 붙일 틈이 없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계절이 바뀌면 옷 정리도 해야 하고, 아이 장난감이나 책 구입, 어린이집 행사 확인, 아이 친구와의 약속 등 아이 관련 일은 산더미지요. 그런 상황에서 판교맘 남편분이 아이 목욕시킨 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니, 저라도 화날 것 같아요.
부부 치료 전문가들은 집안일이나 양육 관련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목록을 만들고, 역할과 책임의 공정성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하라고 합니다. 그러니 판교맘님도 퇴근 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요일별로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이럴 땐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9살, 7살이 되니 영유아 시기보다 모든 것이 한결 쉬워지더군요.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었고 남편이 가사와 양육 분담을 하는데도 저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그 이유를 따져보았습니다. 남편이 양육 분담을 한다 해도 그 일을 온전히 하지 않는 것이 문제더군요.
예를 들어 제가 늦으면 남편이 초등학생 딸의 알림장과 아들의 어린이집 수첩을 확인합니다. 남편은 딸의 알림장을 확인해서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지만 결정적으로 알림장에 사인을 하지 않고 제게 확인하라고 합니다. 또 다음날 아이들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책가방을 잘 챙겼는지 확인하지도 않고요. 이처럼 남편이 양육 분담을 해도 아내가 다시 점검해야 한다면 아내로서는 충분히 분담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지요. 저는 그런 부분들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구체적으로 남편에게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한결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줄어들더군요.
‘알아서 하겠지’ ‘남편을 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는 생각은 버리세요. 무조건 화를 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남편과 구체적 목록을 놓고 대화하고 논의해서 접점을 꼭 찾아야 합니다.
양선아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전자우편(anmadang@hani.co.kr)으로 육아 고민을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 동시 게재됩니다.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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