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의 나이 차이가 있네요. ‘미운 3살’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3살이 되면 아이들은 이제 자아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싫어” “안 할 거야”라는 말을 하며 고집을 피우고 반항도 합니다. 따라서 둘째가 하는 행동은 발달 단계에 맞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지요. 9살 딸로서는 동생이 자기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니 화가 많이 나겠지요. 자매가 싸우는 상황, 너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반응과 대처입니다.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형제자매 간 관계의 질이 달라지니까요.
“네가 언니니까 참아야 한다” “동생이니까 네가 봐줘”라고 첫째에게 무조건 참기를 요구한다면 자매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어요. 첫째는 ‘왜 나만 항상 양보해야 하지?’ ‘아빠는 동생만 좋아하고 나만 미워해’라고 생각하면서 동생을 미워하고 질투할 수 있지요. 동생은 ‘아빠가 내 편이야’라고 생각하며 자기 멋대로 행동할 수 있고요.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아빠가 두 아이의 마음을 모두 읽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에게는 “동생이 네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서 많이 화나겠다”고 말해주고, 둘째에게는 “언니 물건이 마음에 들었구나. 그래서 갖고 싶었구나”라고 마음을 먼저 읽어주세요. 그런 다음 상황마다 올바른 규범이나 규칙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제시해주세요.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 하면 좋습니다. 부모님도 언니, 동생이라는 위계질서를 강조하기보다 개인 대 개인으로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고려하면서 대처하는 것이 좋지요.
3살 딸은 이제 사회성을 배워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동생이니까 어떤 행동이든 허용되면 ‘버릇 없는 아이’가 될 수 있지요. 둘째에게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손대거나 가져가고 싶을 때 먼저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훨씬 훈육하기 편하실 거예요. 그렇다고 둘째를 지나치게 혼낼 필요는 없습니다. 아버지가 중심을 잡고 객관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진답니다.
저도 남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두 살 차이인데 동생이 억지를 부려 첫째가 속상해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저는 첫째와 단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가집니다. 딸이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를 사주면서 이렇게 말하지요. “여름이가 억지를 부려 많이 속상했지? 그런데 여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점도 있어. 엄마가 계속 여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으니까 좋아질 거야. 봄이는 기억 안 나겠지만 여름이만 할 때 봄이도 그랬어. 여름이도 이제 점점 나아질 거야. 봄이가 동생 많이 사랑해줘서 엄마는 항상 고마워.” 엄마와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첫째는 둘째에게 훨씬 관용적으로 바뀌더군요.
형제자매 간 싸움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책으로 (아델 페이버·일레인 마즐리시 지음, 푸른육아 펴냄)가 있습니다. 아동심리학자 하임 기너트의 사사를 받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쓴 책인데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돼 도움이 될 겁니다. 워킹맘뿐만 아니라 아빠들의 고민도 상담이 들어와 기뻤습니다. 아빠들도 참여하세요!
양선아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여러분, 워킹맘 양 기자와 육아 고민 나누세요. 전자우편(anmadang@hani.co.kr)으로 고민 상담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도 동시 게재됩니다.※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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