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물건을 잘 버리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받은 편지부터 학창시절 쓴 일기장과 학습 노트, 대학생 때 읽은 참고 도서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저희 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물건을 잘 못 버리게 했습니다.
그런 제가 과감하게 물건을 버릴 용기를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정리 관련 책을 읽은 뒤입니다.
3년 전 을 읽고 정리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프랑스 수필가인 도미니크 로로는 책에서 정리는 철학적 문제이며 삶의 태도라고 주장합니다.
지은이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진 것을 잃어버리는 두려움이 있고, 단편적인 행복에 집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잘 버리려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필요 없는지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요.
저는 책을 읽고 ‘나는 과거의 추억에 매달려 살고 있지 않나’ ‘나한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를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 내게 중요한 것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최근 2년 이내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살을 빼서 입겠다고 고이 간직한 옷, 남편의 낡은 옷이나 안 맞는 옷을 버렸습니다. 잘 쓰지 않는 유아용품과 장난감도 처분하고, 책장 가득한 책 중 이제는 관심 없는 책도 처분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왜 이 물건을 버리거나 나누는지 설명해주고, 정리를 잘하면 무엇이 좋은지 얘기했습니다.
부모가 마음을 비우고 정리를 잘하면 아이도 배우게 된다. 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가 한 가정의 옷장 정리를 돕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과감히 ‘버리기’를 실행에 옮긴 뒤에는 가족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편리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예컨대 책 정리도 잘되고 책을 읽는 아이로 키우려고 거실 책장과 의자를 마련했습니다. 거실에 서랍이 딸린 의자를 맞춤 제작해 배치한 뒤,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정해진 서랍에 자기 물건을 정리하도록 했지요. 두 아이의 옷도 각각 옷장을 마련해 스스로 꺼내 입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이들도 저도 ‘정리력’이 높아졌습니다.
요즘에는 정리와 관련한 인터넷 카페도 많습니다. 그런 카페에 가입해 정리 관련 아이디어도 얻고, 다른 사람들이 정리해놓은 사진도 둘러보세요. 동기부여가 됩니다. 확실한 동기부여, 단호한 실행과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정리를 잘하면 아이는 저절로 정리를 잘하더군요. 아이에게 정리 습관을 길러주려면 부모의 솔선수범이 우선입니다.
*‘양 기자의 워킹맘을 부탁해’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칼럼을 아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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