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격이 좋고 장점이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 왜 그녀를 사랑했냐고요? 그 여자는 다른 여자들과 달랐거든요. 맞다. 우리는 주변의 대상들에서 ‘가장 나은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 여자밖에 만나본 여자가 없었다 해도, 그 남자의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첫눈에 반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종종 ‘내 주변에서 가장 나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관계에 어느 날 문제가 생긴다. “여자친구가 사소한 것에도 화를 심하게 내요.” “남자친구가 의존적이고 자기주장이 없어요.” 헤어지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참기에는 신경을 긁는 문제가 발생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서영 교수의 은 프로이트 전집에서 사례만 묶은 책이다. 사례는 모두 150개. 댄스음악을 들으면 계속 기침을 하는 환자와 같이 정신분석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특이 사례도 있고, 애인이 자꾸 약속을 잊어버려 속상한 경우처럼 마치 내 이야기같이 느껴지는 친근한 사례도 있다. 하여튼 숱한 ‘환자’들을 마주하다보면, 내 주변 사람들이 한없이 멀쩡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게 이 책의 미덕.
여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남편이 아내를 데리고 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 아내가 신경증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발 아내를 고쳐주셔서 저희가 다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프로이트는 뭐라고 했을까. 아내가 분석을 통해 주체적인 사람이 되면 십중팔구 남편을 떠나게 될 거라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가끔 부모들이 말을 지독하게 듣지 않는 아이를 건강하게 고쳐달라고 할 때, 프로이트는 아이가 자기중심을 찾으면 그 아이는 더욱더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독립적 주체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모는 더 애가 탈 것이라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느끼는 문제도 그렇지 않은가. 그가 진정 ‘완벽하고 결점 없는 사람’으로 거듭나면 행복할 가능성이 클까, 나를 떠날 가능성이 클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저 사람은 남자 혹은 여자가 필요 없는 사람이야’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결핍감이나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반대로 욕망도 강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기 일에 완벽하다면 미욱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는 연애하기가 더 쉽지 않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과연 그가 ‘가장 나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이의 서툰 젓가락질을 고치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반찬을 집어 올려주자. 이미 그는 나의 수십 가지를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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