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삶이다. 프리랜서 기자로,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칭얼대며 엄마를 찾는 아이를 돌보고 주어지는 일의 마감을 지키느라 늘 허덕인다. “여보, 일회용 반창고 어딨는지 알아?” 외치는 남편의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하고. 넘쳐나는 그날그날의 빨래 등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반복적 가사노동에 하루를 저당 잡혀버린다. 언제부터인가 그 너머의 미래를 그릴 수 없게 되고 나라는 인간의 윤곽이 하루하루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었다.
“어째서 여성만이 육아와 가사에 더 얽매여야 하는가? 왜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에 부담을 느껴야 하나?” 지구상의 모든 여성들이 품고 있는 물음이 매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불현듯 그는 오래도록 잊고 살아온, 잃어버린 ‘여성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대학에 다시 돌아가 페미니즘 고전 연구 수업을 듣고 그 과정을 담은 (민음사 펴냄)을 펴냈다.
<font size="3">잃어버린 삶을 찾아 떠난 길 </font>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일레인 페이걸스의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등 ‘페미니즘 고전’을 다시 펼친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며 함께 배우는 인간적 세상을 구상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같은 1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진가를 재발견하고, 사회가 어떻게 여자를 사랑지상주의에 빠지게 훈련하는지를 예리하게 고찰한 시몬 드 보부아르와 조우한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도 듣는다.
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 내릴지 몰라 고민하는 책 속 여성들의 모습에서 동질감과 위안을 받고 모든 불행의 뿌리가 어디인지 인식할 줄 아는 통찰력과 거대한 걸림돌에도 삶을 변화시킨 그들의 용기에 힘을 얻는다. 각자의 인생에서 기존 편견에 맞서는 그들을 통해 “운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니 기억했다. 그렇게 과거 수천 년의 역사에서 여성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들의 삶을 개선시켜준 것은 오직 ‘페미니즘’뿐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보통 여성의 수기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며 ‘공감’으로 다가간다. ‘미국 백인 중산층 여성’이라는 저자의 위치에서 본 세상이어선지 이슬람·남아메리카·동아시아 지역의 페미니즘 등이 언급되지 않은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를 위해 고용한 이들을 억압하는 ‘남자들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여자들을 진정으로 해방시켜주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페미니즘 논의의 외연을 넓힌다.
<font size="3">토론 주제를 던져주는 책 </font>정희진 여성학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페미니즘은 불편함, 혁명, 폭동, 똑똑해서 미친 여자들의 병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상처럼 인류 문명의 수많은 소산 중 하나이며 진화, 즉 적응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했다.
애초에 페미니즘은 타자에 대한 이해,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법, 상식에 내재한 억압 들춰내기 등 이러한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에서 생겨났다. 그래서 ‘페미니즘 고전 독서’는 성별과 국적, 세대를 초월해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다. 우리의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저자가 페미니즘 관련 추천 도서 목록과 토론 주제를 적은 책 뒷부분까지 꼼꼼히 읽기를 권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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