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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미·일 패권주의에 맞선 오키나와 평화운동 70년의 기록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
등록 2014-08-02 14:46 수정 2020-05-03 04:27

일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의 75%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기지 밀집 지역에 살아야 하는 이곳 주민들은 항상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그들은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평화헌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평화헌법 개정의 발걸음을 떼고 있다.

<font size="3">전쟁의 상흔을 안은 군사기지의 섬 </font>

‘군사기지의 섬’이 된 일본 오키나와의 평화운동 70년사를 담은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의 모습. 한겨레

‘군사기지의 섬’이 된 일본 오키나와의 평화운동 70년사를 담은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의 모습. 한겨레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학 명예교수 개번 매코맥과 평화운동가 노리마쓰 사토코가 집필한 (정영신 옮김·창비 펴냄)는 미국과 일본의 패권주의에 맞서 싸운 오키나와의 저항운동 70년사를 담았다. 15세기 “무기도 없고 전쟁도 모르던” 류큐왕국의 역사에서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군사점령을 당하고 일본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일본과 미국의 전략적 군사기지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까지의 오키나와 역사를 보여준다. 일본의 어두운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45년, 아시아태평양전쟁은 오키나와를 전장으로 삼았다. 비극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오키나와 전투 때 일본군은 군사기밀 유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천황을 위해 자살하도록 강요했다. 일본군의 강압에 의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고, 형이 동생을 죽이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 참혹한 강제집단사에 대한 기록과 용어는 지금도 일본 역사 논쟁의 뜨거운 화두다. 일본 극우단체들은 역사교과서에서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학살과 차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군기지를 떠안은 오키나와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환경 파괴, 헬기 추락 사고, 미군의 성범죄 등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그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건 일본과 미국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오키나와에 강요된 희생 시스템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도 에서 “일본이 오키나와에 속한다”라며 “오늘날 희생과 차별의 총량에서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아니 그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font size="3">질곡의 역사, 제주 강정마을의 미래</font>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의 미래를 보는 듯한 오키나와. 미-일 동맹의 강고한 사슬과 일본 정권의 ‘전쟁국가’를 향한 끊이지 않는 야욕에 맞서 ‘저항하는 섬’이 됐다.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오키나와 지역 주민들은 자치와 생존에 대한 투쟁을 하고 있다. 책은 현내 헤노코로 기지 이전 반대운동을 펼치는 여섯 아이의 엄마, 전 나고시의회 의원, 조각가 등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군기지 없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평화에 대한 간절함을 전한다.

저자들은 “오키나와 저항운동은 세계적인 군사기지 제국인 미국의 전략적 계획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자 비폭력 시민운동의 요체를 보여준다”고 역설한다. 그들이 벌이는 기지 반대운동은 지역 주민의 자치와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세계적 패권국가에 맞서 동아시아 평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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