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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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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은 그 자체로 대안이다

방사능 시대 살아야 하는 불안한 시민들과
자라나는 청소년 위한 <탈핵 학교>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등록 2014-03-15 18:09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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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일본은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도 탈핵은 주요 이슈가 되지 못했다. 탈핵을 내세운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3위로 낙선했다. 체르노빌보다 더한 재앙을 당한 일본에서 핵에 대한 사람들의 불감증이 여전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방사능에 대한 모든 측면 망라

일본과 지척인 한국은 달라졌을까? 일본처럼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탈핵은 한 번도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했고, ‘이명박근혜’ 정부는 예상대로 ‘원전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지구 반바퀴나 떨어져 있는 독일·덴마크·이탈리아가 핵발전소를 폐지하며 탈핵으로 가는 데 반해, 이웃한 우리는 되레 핵발전소를 더 지으려 혈안인 것이다. 서울과 후쿠시마의 물리적 거리가 멀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두 도시의 직선거리는 1200km. 1986년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2천km나 떨어진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갑상선암 등 여러 암의 발생 빈도가 급증했다. 서울과 후쿠시마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 핵마피아들은 얼마나 더 큰 파멸을 맞고서야 핵을 포기할까?

핵전쟁에 따른 방사능 오염을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SF) 영화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방사능 시대에 살고 있다. 김익중·김종철 등의 (반비 펴냄)는 꼼짝없이 방사능 시대를 살아야 하는 불안한 시민들을 위한 책이다. 의사부터 과학자, 법학자, 에너지 전문가, 성직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저자들이 핵발전과 방사능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을 망라했다. 예컨대 건강검진에서 쏘이는 병원 방사능은 얼마나 위험한지, 일본산 농수산물에는 방사능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정부의 안전 기준치는 신뢰할 만한지,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정말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기요금에는 어떤 문제가 있으며 가정용 태양광발전기는 얼마나 소용이 있는지 등 보통의 시민들에게 방사능과 관련해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그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친절한 대답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들은 핵발전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의 관점과 그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밥상의 안전을 확보함은 물론 핵발전의 위험성 및 국내 에너지 정책의 방향 등 핵발전과 방사능 관련 이슈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한 관점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탈핵 계획 지금 당장 시작해야

사실 방사능 문제는 장년층보다 어린이들을 비롯한 청소년층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최열·한홍구 등의 (철수와영희 펴냄)는,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방사능에 노출된 이 땅의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핵의 진실을 담은 책이다. 평화박물관에서 진행한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강좌의 내용을 청소년들도 알기 쉽게 정리한 이 책은, 핵발전소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평화·환경 전문가 다섯 분의 이야기를 통해 ‘탈핵’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탈핵은 가능하다. 탈핵의 대안이 무어냐고 묻지만,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탈핵은 그 자체로 대안이다. 지금 당장 핵발전소를 멈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10년, 20년 혹은 30년 후에 모든 핵발전소를 멈출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을 지금 당장 시작하자는 이야기다.”(한홍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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