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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월27일 사기와 횡령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양형의 크기가 아니다. 과학자를 참칭하는 그의 끗발은 일절 손상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빙하기 때 멸종한 동물과 함께 곧 부활할 거라며, 예의 빤짝이 매직쇼를 가히 ‘매머드’급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퍼포먼스는 난무하고, 집단기억은 퇴화한다. 그러니까, 황우석 사건은 어떻게 시작된 거였지?
누군가 MBC
사람 매거진 3월호가 ‘황우석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류영준(42) 강원대 의대 병리학 교수를 단독 인터뷰해 보도했다. 고신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인턴을 마친 뒤 임상의 대신 기초의학 연구자의 길을 가기 위해 황우석 연구팀에 합류해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2002년 3월이었다. 다른 팀 사람들이 시새워할 만큼 황우석의 애제자였던 그는 결국 스승의 잘못을 고발하는 길을 걸었다.
과학적 진실에 대한 신념 때문이었을까. 연구팀에 합류한 직후부터 상황이 미심쩍이 돌아갔다. 인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연구실 대표 실적인 복제소 논문조차 없었다. 황우석이 ‘우리가 지금 1등을 뺏기면 끝이다. 나중에 실력을 쌓아서 진짜로 복제하면 된다’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여성 연구원이 자신의 난자를 적출해 직접 핵이식 실험을 하는 ‘윤리적 비극’도 벌어졌다.
류영준은 자신이 맡았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에 논문 게재 승인이 이뤄지자 실험실을 떠났다. 이제 진실을 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는 다만 “소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2005년 논문이 발표되기 한 달 전 황우석팀이 11개의 복제줄기세포를 만들었고 곧 임상실험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핵심 인력이 모두 떠난 상태였기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다. 임상실험 대상은 전신마비 10살 소년이라고 했다.
그 소년은 2003년 류영준이 병원에 찾아가 직접 체세포를 떼어온 소년이었다. 소년의 줄기세포만은 반드시 만들겠다는 각오로 그의 사진을 책상에 붙여놓고 실험을 했었다. “줄기세포를 넣어서 신경을 살린다는 것인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아무런 검증이 안 된 상태였다. 면역반응이 나타나거나 암에 걸릴 수도 있었다.” 연구팀 여기저기에 말을 넣었으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을 살릴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드디어 결심이 섰다.
발전이라는 목표에 복종한 결과
류영준의 지난 8년은 배신자라는 낙인 속에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소년의 수술을 막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류영준은 마지막으로 에 이런 말을 남겼다. “황우석 사건은 과거 한국이 정치·경제·사회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생존과 발전’이라는 절대 목표에 복종하면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태였다. 젊은 과학자들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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