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K팝스타〉심사평을 평하다

등록 2014-02-22 14:18 수정 2020-05-03 04:27
SBS 제공

SBS 제공

오디션 쇼는 결국 예능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평의 대세는 ‘독설’이었다. 오디션 쇼 열풍의 원조 의 카리스마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 인기 높은 심사평의 전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Mnet 시리즈의 이승철이 한국판 ‘사이먼 코웰’로 불리며 독설 심사의 대표주자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MBC 에서 인생 철학이 배어 있는 김태원의 심사평이 주목받으면서 따뜻한 ‘멘토형’이 대세의 한 축이 됐다. 의 등장은 이 심사평의 양대 주류에 심사위원의 캐릭터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추가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날카로운 ‘감’의 양현석, 솔직하고 열정적인 리액션의 박진영, 정석적인 보아가 출연자의 캐스팅을 두고 라이벌 회사 대표답게 은근히 펼치는 신경전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캐릭터 플레이의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3에서 유희열 합류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캐릭터 플레이를 완성한 신의 한 수라는 데 중요한 의의를 두고 싶다. 공룡 기업에 맞서는 중소기업 대표로 캐릭터를 구축한 유희열이 박진영에게 ‘가요계의 뚫어펑’이라는 닉네임을 선사하며 티격태격하고 양현석 앞에서 2인자의 자학 개그를 선보이며 맹활약하는 것을 보고 새삼 한 가지 진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디션 쇼는 결국 예능이고 심사평은 그에 기여하는 재미와 감동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가장 인상적인 심사평의 순간은 당락을 결정하는 권위적 순간보다 세 심사위원의 소소한 농담과 설전이 오가는 순간에 있다.김선영 TV평론가


“저희에게는 생존의 문제”
시즌3의 진정한 스타는 누구일까? 현재까지는 단연코 유희열이라고 본다. 그 밑바닥에는 오디션 쇼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이 급격히 신선미를 잃고 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 참가자들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심사위원 보아에 대한 우리의 조마조마함- 그 이중의 조마조마가 그 덕분에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애제자의 탈락에 뜨거운 눈물을 보였지만, 또 의외의 직설로 참가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버스커버스커, 악동뮤지션의 영향인지 유독 많아진 자작곡 뮤지션들에게 그는 일갈했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런 노래가 지금 나오면 그냥 묻히는 곡….” 그런데 이런 언행의 가장 함축된 표현은 최초의 말들에 모두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첫 녹화 전날 제작진은 간판도 변변찮은 안테나뮤직의 지하 사무실로 유희열을 찾아갔다. 그때 그는 담담히 스스로의 현재에 대한 심사평을 말했다. “준비는 일단 공진단을 먹고 있고요.” 그리고 안무실도 없는 조촐한 사무실을 자평했다. “일본으로 치면 캡슐호텔 같은….” 마지막으로 숱한 참가자들 속에서 그가 찾아내야 할 원석의 의미에 대해 다짐했다. “저희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하나가 안 되면 회사가 휘청해요”라고. 그러니 “매의 눈으로 살펴보겠습니다”란다. 어디 눈뿐이랴. 이 매는 언제든지 부리로 쪼고 발톱으로 낚아챌 자세가 되어 있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