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남자가 돈으로 꼬시냐?” 그럼 뭐로 꼬시냐고? (MBC)의 정선생(이성민)이 온몸으로 보여준다. 애초에 나는 담배가게 아가씨 이연희의 풋풋한 미소에 이끌려 TV 앞에 턱을 괴고 앉았다. 내 평생 혐연론자로 살아왔다만, 만약 고등학교 시절 동네에 저런 소녀가 있었다면 지금쯤 황사 눈발 내리치는 놀이터에서 꽁초를 빨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러나 정선생과 고화정(송선미)이 김형준(이선균), 이연희(오지영)를 찾으러 제주 감귤 아가씨 선발대회를 갈 때부터 나의 시선은 다른 데 꽂히고 있었다. 이 죽일 놈의 어른들의 사랑. 특히 저 이성민이 연기하는 순정파 삼류 건달을 보라. 자신을 미워해 옆자리에도 앉지 않는 송선미를 억지로 택시에 태우며 “야, 타!” 하는, 저 촌스러우면서도 처절한 사랑은 뭐냐?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주제곡이 다시 등장해야 할 장면은 가 아니라 여기였다. 갑자기 이선균·이연희의 티격태격과 뽀뽀질이 유치해 보이기 시작했다. 자체는 중반 이후 처지는 느낌이지만, 이 남자가 아파할 때마다 제세동기 소생술을 받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이미숙에게 겨울날 길바닥에서 뒤통수를 후려맞고, 임예진에게 찜질방에서 고무장갑으로 맞고, 조폭에게 줄기차게 얻어맞고… 차지게도 맞는 장면이 많다. 밟아야 할 자를 사랑하고, 때려야 할 사람 대신 얻어맞는다. 그 대신 TV 앞에 앉은 모든 자의 시선을 빼앗아버린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SBS) 안에는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와 꽃미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처럼 반짝반짝 눈부신 별만 있는 게 아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처럼 칠흑 같은 어둠도 있고, 인위적으로 천사의 미소를 꾸며내는 유세미(유인나)처럼 별빛으로 착각하기 쉬운 인공위성 같은 인물도 있다. 그 여러 존재들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위험하며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다. 그런데 이 꿈결 같은 판타지 속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동네 만화방 주인 홍사장(홍진경)이다. 시청자의 심정을 대변하듯 도민준의 미모에 무한 감탄사를 늘어놓고 천송이의 자태를 질투하기도 하는 홍사장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그녀의 만화책과도 같은 세계임을 깨닫게 하며 극에 흥미로운 거리감을 불어넣는다. 가령 5회에서 자꾸만 송이를 지켜주고 도와주게 되는 민준의 모습 위로 ‘마음의 준비 따윈 할 시간 없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어이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 첫사랑’이라는 홍사장의 대사가 흐르는 장면은 그녀의 관찰자적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종종 자신의 위치를 잊고 판타지에 개입하려 할 때도, 드라마는 “(물건) 안 사요!” 같은 단호한 거절을 통해 그녀를 현실로 다시 소환한다. 그때 꿈에서 깬 듯한 홍진경의 표정 연기는 이 영리한 판타지의 액자 구조를 완성하는 결정적 요소라 하겠다. 이만하면 두고두고 기억될 신스틸러다.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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