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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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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과 공생으로 전복하라

복지국가를 낳은 유럽의 사회경제 민주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이병천·전창환 외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
등록 2013-11-30 15:14 수정 2020-05-03 04:27
스웨덴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스웨덴 등 유럽의 사민주의 국가들은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한겨레 자료

스웨덴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스웨덴 등 유럽의 사민주의 국가들은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한겨레 자료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답은 정해져 있다.

거지가 될 자유가 없는 사회. 청소노동자들이 대학교수나 방송사 간부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사회. 국가가 교육과 의료, 주택을 책임지는 사회.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사회. 돈보다 인간의 존엄이 우선인 사회.

최종적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실현한 이같은 사회모델은, 영미식 자본주의를 신줏단지로 모셔온 한국 사회에서 정녕 요원한 길일까? 지난 대선을 달군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가 그런 사회로 가려는 열망의 반영은 아니었을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이병천 교수(강원대 경제학)와 전창환 교수(한신대 국제경제학)가 엮은 (돌베개 펴냄)은, 열세 명의 연구자들이 유럽의 사회경제 민주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주류 경제학이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구별되는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이란 어떤 것인가? 연구자들은 주류 시장경제학과 으로 대표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자본주의 변호론과 그것의 혁명적 비판론이라는 대척점에 있으나, 단순이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데 견해를 같이한다. 각기 완전경쟁균형과 ‘투명한 공산주의’라는 낭만적 유토피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두 이론은 마찬가지로 단순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자유시장주의 경제학과 마르크스의 비판경제학이라는 좌우 양극단의 단순이론을 넘어서는 길을 추구한다.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자본주의의 계급적·사회적 지배와 민주적 평등 원리 간의 타협과 공생을 통해, 그리고 민주주의와 조정자본주의의 결합 발전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본권력의 특권적 소유권과 통제권에 민주적 제약을 가하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자 한다. 그러나 민주적 자본주의는 근본적 딜레마를 갖고 있다. 그 동학은 민주화 진전과 탈민주화 후퇴의 이중 운동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이는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딜레마일뿐더러 민주적 자본주의 자체의 현실적 딜레마이기도 하다.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이 딜레마를 안은 채 자본주의의 민주화 실험 학습과 ‘잠정적 리얼 유토피아’를 추구한다.

내년의 후속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면,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기대가 한국 사회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음을 실감한다.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할 조직된 주체는 물론 정치사회의 제도적 여건 또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더욱이 세계화는 가뜩이나 강력한 자본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놓았다. 자본권력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아쉬운 것 없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조건에서 어떻게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럽의 이론과 경험을 소개하는 책의 시선이 끝내 향하는 곳은 결국 이 땅의 현실이다. 2년차로 예정된 전체 연구 중에서 1차 연도의 성과로 발간된 이 책과 더불어, 한국 사회경제 민주주의 현주소를 다룰 내년의 후속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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