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한다는 것은 우 리 교육이 잘못된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6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 현장의 역사 왜곡 을 바로잡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한 일간지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대통령의 발언은 일종의 해프닝 에 가까웠다. 청소년들이 북침을 ‘북한의 침략’을 줄인 말 로 잘못 알고 설문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었다.
‘삐라’ 통해 전쟁의 비극 설명해
결국 “역사 교육보다 국어 교육이 문제”라는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땅의 청소년들이 한국 전쟁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예컨대 국민방위군 사건과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중·고등학생은 얼마나 될까?
이임하 한국방송통신대 학술연구교수의 (철수와영희 펴냄)가 반가운 것은 이래서다. 이 책은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은 오늘, 청소년 의 눈높이에서 한국전쟁의 원인과 과정, 영향 등을 살피 면서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민간인 학살과 부역자 처벌, 피란민 등 전선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탓에 민중의 희생이 컸던 한국전쟁의 비극을 삐라를 통해 알기 쉽게 이야기한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야기로 한국전쟁을 풀어낸 책은 또 있다. 작가 이현 씨의 (창비 펴냄)은 한국전쟁을 10대의 시선으로 담아낸 최초의 청소년소설이다. 전쟁 발발 직 후 인민군에게 점령당한 서울을 배경으로 운명을 개척 하기 위해 애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친일 경 력이 있는 판사의 아들 황은국, 한때 혁명가였으나 결국 조국을 배신하고 세상을 떠난 변절자의 딸 고봉아. 두 주 인공을 축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가혹한 전쟁의 와 중에도 나름의 일상을 영위했던 서울의 풍경과 그 속에 서 벌어진 첨예한 이념 대립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한국전쟁은 우리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은 30여 개국이 참여한 세계전쟁이기도 했다. 냉전시대 첫 열전이라 불리는 한국전쟁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 아적 냉전체제를 고착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한국전쟁 을 아시아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원담 성공 회대 교수(중어중문학) 등이 엮은 (문화과학사 펴냄)은 이처럼 중국의 한국전쟁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국전쟁의 아시아적 맥락과 의의를 부각하는 책이다. 냉전사에 ‘중 국’이라는 장소의 아시아성과 그 역사성을 추적하되 사 상·제도·일상을 포괄하는 문화적 차원에서 냉전문화의 아시아적 특수성을 고찰하고 있다.
중요 전투 및 전술이 갖는 의미 분석중국 최고의 전쟁 논픽션 작가로 불리는 왕수쩡의 (글 항아리 펴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쟁 당시 ‘적군’이던 중국군의 시선에서 한국전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특 히 각기 다른 신분의 참전자들이 구성한 다원화된 역사 적 기억을 중심으로, 전쟁의 원인·결과보다는 다채로운 인물의 심리 묘사와 중요 전투 및 전술이 갖는 의미 분석 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오늘을 사는 독자들이 책 속에 등장하는 조국·민족·이상·신념·의지 등의 요소 들을 통해 자신의 선대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 었다”며, “더불어 모든 개인·군대·민족이 시기에 관계없 이 늘 갖추고 있어야 할 꺾이지 않는 정신을 배우도록 하 는 데 힘을 기울였다”고 적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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