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자기 자신을 키우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곱씹어보지만, 제멋대로 생 떼를 부리는 아이 앞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견줘 너른 이해와 인내를 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육아 강박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육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5월5일 어린이날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엄마·아빠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아이들. 한겨레 정용일 기자
‘부모 되기의 어려움’은 비단 부모 개개인의 성정 탓이 라기보다, 시대적 조건의 변화 때문인 것 같다. 예전의 아이들은 대가족과 이웃으로 구성된 공동체의 품속에 서 저절로 자랐지만, 요즘은 오롯이 부모의 힘만으로 아 이를 길러내야 한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도 오직 부모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창비 펴냄)는, 이 시대의 부모가 느끼는 피로와 압 박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 리는 부모에게 따끔한 꾸중 대신 따스하고 현실적인 격 려를 건네는 책이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다가 자 신과 아이를 채찍질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행복한 육아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슨하게 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내가 과연 좋은 부모인지 항상 불안해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 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독려함으로써 부모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보자고 손을 내민다.
부모들의 불안은 한국 사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박 터지게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정글인 것에서도 연유한다. 그렇다면 엄마들이 바라는 대로 남 보다 빨리, 더 비싸게, 더 많이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성공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아들 셋을 과외 한 번 없 이 서울대에 보낸 여성학자 박혜란은 (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에서 이렇게 답한다. “인 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기나긴 장거리를 초반부터 전력을 다해 질주한다면 에너지도 그만큼 빨리 소진돼버 리므로 초반에 힘을 모아놓아야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어릴 때 키워주어야 할 것은 인지능력이 아니라 공부건 놀이건 즐기는 법이다.”
저자는 최소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이라도 느슨하게 내버려둬보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놀 이터에 친구가 없다고 서둘러 학원 순례에 내보내는 대 신, 혼자라도 놀게 하면 아이는 놀이를 만들어서라도 놀 게 돼 있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결국 인생이라는 장거 리 경주에서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저당 잡힌 아이들의 성 적과 ‘인생에 대한 내공’이 꾸준할 리 없다. 상급학교에 진 학할수록, 또한 경쟁이 심한 사회에 더 깊이 발을 내디딜 수록 온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적응도는 현저하게 떨 어진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는 (샘앤파커스 펴냄)에서 마음이 강한 아이로 키울 것을 주문한다. 어릴 때부터 실패를 견디고 일어서는 훈련이 된 아이는 성장할수록 그렇지 않은 아 이에 비해 대인관계와 학업성취도가 높을 뿐 아니라, 어 른이 되어서도 사회적응도가 높고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 로 밝혀졌다. 실패 내성이 큰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의 목 적을 이해하고, 인생의 목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법 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결론. 부족한 부모의 모습 그대로 아이를 긍정하면서, 실패를 포함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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