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자기 자신을 키우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곱씹어보지만, 제멋대로 생 떼를 부리는 아이 앞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견줘 너른 이해와 인내를 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 되기의 어려움’은 비단 부모 개개인의 성정 탓이 라기보다, 시대적 조건의 변화 때문인 것 같다. 예전의 아이들은 대가족과 이웃으로 구성된 공동체의 품속에 서 저절로 자랐지만, 요즘은 오롯이 부모의 힘만으로 아 이를 길러내야 한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도 오직 부모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창비 펴냄)는, 이 시대의 부모가 느끼는 피로와 압 박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 리는 부모에게 따끔한 꾸중 대신 따스하고 현실적인 격 려를 건네는 책이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다가 자 신과 아이를 채찍질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행복한 육아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슨하게 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내가 과연 좋은 부모인지 항상 불안해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 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독려함으로써 부모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보자고 손을 내민다.
부모들의 불안은 한국 사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박 터지게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정글인 것에서도 연유한다. 그렇다면 엄마들이 바라는 대로 남 보다 빨리, 더 비싸게, 더 많이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성공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아들 셋을 과외 한 번 없 이 서울대에 보낸 여성학자 박혜란은 (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에서 이렇게 답한다. “인 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기나긴 장거리를 초반부터 전력을 다해 질주한다면 에너지도 그만큼 빨리 소진돼버 리므로 초반에 힘을 모아놓아야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어릴 때 키워주어야 할 것은 인지능력이 아니라 공부건 놀이건 즐기는 법이다.”
저자는 최소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이라도 느슨하게 내버려둬보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놀 이터에 친구가 없다고 서둘러 학원 순례에 내보내는 대 신, 혼자라도 놀게 하면 아이는 놀이를 만들어서라도 놀 게 돼 있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결국 인생이라는 장거 리 경주에서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실패 내성이 큰 아이로 키워라그렇다.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저당 잡힌 아이들의 성 적과 ‘인생에 대한 내공’이 꾸준할 리 없다. 상급학교에 진 학할수록, 또한 경쟁이 심한 사회에 더 깊이 발을 내디딜 수록 온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적응도는 현저하게 떨 어진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는 (샘앤파커스 펴냄)에서 마음이 강한 아이로 키울 것을 주문한다. 어릴 때부터 실패를 견디고 일어서는 훈련이 된 아이는 성장할수록 그렇지 않은 아 이에 비해 대인관계와 학업성취도가 높을 뿐 아니라, 어 른이 되어서도 사회적응도가 높고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 로 밝혀졌다. 실패 내성이 큰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의 목 적을 이해하고, 인생의 목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법 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결론. 부족한 부모의 모습 그대로 아이를 긍정하면서, 실패를 포함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키워라.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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