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된 일일까, 안된 일일까?
‘대마도의 날’ 조례 제정 8주년을 맞아 대마도를 직접 탐방하려던 경남 창원시의회의 계획이 연기됐다. ‘대마도 의 날’은 일본 시마네현이 2005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 며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만든 것에 대응해 마산시의회 (현 창원시의회)가 같은 해 6월19일 ‘대마도는 한국 영토’ 라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사료 근거해 복잡한 문제 해법 제시
지난 2월22일 일본에서 강행된 ‘다케시마의 날’과 창 원시의회의 대마도 방문 시도는, 철없는 정치인들의 국 수주의적 선동을 넘어 동북아 영토 분쟁이 이미 ‘냉전’에 서 ‘열전’으로 회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 외에도 중 국·러시아가 센카쿠=댜오위제도, 북방 4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벌이는 분쟁 또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높아지는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영토 분쟁 의 현상적 측면을 잠시 벗어나, 분쟁의 본질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주변 국가와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인 일본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지식인들은 영토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의 (사계 절 펴냄)는 그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석학이자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국내 에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영토 문제 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한국·중국·러시아·일본 등 관련국들이 대립이 아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러시아사와 북한 현대사 전문가이자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역사학자답게 외교문서 와 고문서, 일본 외무성 발간 자료 등 사료에 근거해 복 잡하게 엉킨 영토 문제의 원인에 일본의 침략사가 자리 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저자는 1945년 패전 이후 65년 넘게 이웃나라들과 영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비정 상적인 태도를 보여준 일본을 비판하면서 일본의 전후체 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와다 교수의 책이 현대사에 초점을 맞춰 동아시아 영 토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의 졸렬함을 꼬집고 있다면, 미 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교수(동아시아학술원)의 (창비 펴냄)는 그런 인식을 형성 하게 된 일본사의 연원을 분석한 책이다. 일본인 한국사 연구자로서 양국 역사 인식의 차이와 오해를 해소하고 규명하는 데 진력해온 미야지마 교수는 그간 자신의 주 된 연구주제였던 조선경제사, 소농사회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일본 인의 자국 역사 인식의 모호점을 명확히 하고 그 오해의 기원을 추적하는 작업이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동아 시아 근현대사의 기원을 성찰하는 시원인 까닭이다.
현실이 곧 역사임을 일깨우다
19세기 서구 근대문물 수용기에 일본은 이른바 ‘탈아 입구’(脫亞入歐)의 논리로 스스로를 주변 동아시아 국가 들과 차별화했다. 이는 역사 서술에서 일본의 ‘봉건제’론 으로 합리화되었다. 결국 일본만이 서구식 역사 발전 경 로를 따랐다는 인식은 일본 ‘국사’ 인식의 바탕을 이루며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일본의 우월적 시각을 분만했다.
영토 분쟁과 패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동아시 아 현실에서, 사료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역사의 당대적 의미와 현재적 의미를 긴밀하게 엮어냄으로써 오늘의 현 실이 곧 역사임을 일깨우는 이 두 책은, 현실과의 긴장관 계를 놓치지 않는 두 역사학자의 평화 공존의 길에 대한 모색의 결과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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