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강세정(34)씨는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심취해 있다. 5살 난 아들을 키우는 그는 그전에는 싸이월드를 자주 찾았다. 쌓이는 아이 사진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정리도 할 겸,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말도 섞을 겸 해서다. 지난 4월부터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사진과 글은 93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올린 셈이지만 그 정도면 많은 편도 아니다. 같은 사용자인 ‘카스 친구’ 중에는 1500건을 넘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 하루에 10건씩은 꼬박꼬박 올린 셈이다.
10대 사용자 16%, 50대 이상도 8.4%,
카카오스토리는 무료 문자 제공업체인 카카오사가 지난 3월 시작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스토리에 올라간 스토리, 사진과 글의 개수는 5억 개를 넘어섰다. 댓글 수는 48억 개를 넘었다. 가입자는 2500만 명. 단순계산하자면 지난 5개월 동안 한 사람당 20건 넘게 사진과 글을 찍고 쓴 셈이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할까? 트위터 사용자들이 정보나 이슈를 늘려간다면, 카카오스토리 사용자들은 안부나 일상에 집중한다. 한 광고회사에서 차량 운전일을 하는 임용윤(61)씨는 회사 후배와 동료들한테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 뒤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처음 SNS에 입문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지난 휴일에 다녀온 산의 경치나 운전하며 보는 도시 풍경을 찍어 카카오스토리에 올린다. 마찬가지로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진을 보고 ‘거기 어디냐?’고 물어오며 대화가 시작된다. 틈날 때면 스마트폰을 열어 댓글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코리안클릭이 사용자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다른 SNS와 달리 카카오스토리는 50대 이상의 사용자가 8.4%를, 10대가 16%를 차지한다. 무료 문자를 이용하던 나이 든 고객들이 카카오스토리를 함께 사용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처음 만나 다음 약속을 정하는 대신 “카톡해?” “카톡하자”고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클럽에서 만난 20대들은 전화번호 대신 카카오톡 아이디를 주고받는 일도 많다고 한다. 서로 ‘부담 없는’ 관계로 지내기 위해서다. SNS 컨설턴트 이승경씨는 “스마트폰 무료 문자 서비스는 우리가 대화하는 풍경을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음성도 문자도 아닌 온라인 메신저로 대화한다. 카카오스토리는 우리가 SNS 하는 풍경을 바꿔놓았을까? 이씨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경로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한다. 카카오스토리는 사진과 2천 자 이내의 길지 않은 글을 함께 올릴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게시물을 얼마나 끝까지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도달률을 보면 텍스트는 3%, 동영상조차 평균 5~7%에 불과하지만 사진은 15%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은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인 콘텐츠라는 것이다. 주변 카카오스토리 이용자 10명의 스토리를 살펴보았다. 그중 20대 남자 1명만이 200자 넘는 텍스트를 즐겨 올릴 뿐 나머지는 모두 20자 미만의 짧은 텍스트나 여러 장의 사진을 편집한 이미지를 올리고 있었다. 댓글도 대부분 한두 문장의 짧은 글이다.
사회적 교류 좌절된 이들의 대체제
카카오스토리의 내용을 전부 펼쳐볼 수 있다면 아이, 음식, 여행 등 여성들의 일상에 이야기가 집중돼 있을 듯하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카카오스토리는 끊임없이 재잘재잘하는 수다스러운 채널이다. 여성들이 주 무대가 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여성들을 연구해온 홍남희씨는 “출산 이후 집에서 고립된 여성들에게 SNS와 채팅 서비스는 일상과 바깥 세계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이며 무료 문자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같은 처지의 친구를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교 수단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 중인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에는 ‘카톡 친구’를 찾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한 주부는 같은 시기에 블로그를 개설했던 남편이 파워블로거가 될 동안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을 겨를이 없어 블로그에서 손을 놓았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짧은 글을 보거나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한다.(‘초기 모성수행기 여성들의 스마트폰 이용’, 2호)
대화 상대를 찾는 이들은 또 있다. 한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에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로 검색해보면 ‘카톡 친구 만들기’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가 줄줄이 나온다. 이들 커뮤니티의 회원은 대부분 10대다.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송아무개 학생은 친한 반 친구 10명과 카카오스토리를 한다. 카페에서 수백 명의 카톡 친구를 만들어 친구가 많다는 걸 과시하는 아이도 있단다. 게시글 수가 300건을 넘어가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아무개씨도 카카오스토리에서 읽을 만한 글은 거의 없다고 한다. “10문10답 같은 걸 돌리는 식이에요. 아무 뜻 없는 의성어 같은 것도 수십 명이 이어가며 댓글을 달죠. 시시콜콜, 시답잖은 이야기라는 걸 애들도 알아요. 하지만 이 세계에 못 끼는 애들은 부러워하고 소외감을 느껴요.” 10대에게 카카오스토리는 사교장 같은 곳이다. 서로 유대를 확인하려고 밤새 각자의 집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별 의미 없는 스토리를 끝없이 이어간다. 콘텐츠가 아니라 유통에 끼어들려고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친구를 찾는다. 그러나 주부들이 그렇듯 아이들이 얻고 싶은 것은 온라인 친구가 아니라 진짜 친구일지 모른다. 홍남희씨는 “사회적 교류가 좌절된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어디까지나 대체재”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캠프’, NHN은 ‘밴드’로 맞불
카카오스토리는 닫힌 SNS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동기화하면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고, 카카오톡 이용자들끼리 카카오스토리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별 생각 없이 스토리를 올리던 사용자들도 최근 모르는 사람이 자기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의식해 대부분 친구에게만 공개하고 있다. 정용준 카카오스토리 사업부장은 “하루에 뉴스가 수만 개 오르지만 내게 중요한 뉴스는 많지 않다. 수천 개의 영화 리뷰 중에서 무엇을 믿을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트위터는 팔로어 수가 중요하지만 카카오 서비스의 키워드는 사람·관계다. 믿을 만한 아는 사람이 주는 정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지난 8월 NHN은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BAND)를 선보였다. 밴드에서는 동호회나 동창모임 등 원래 알던 사람들이 초대받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보다 앞서 포털 사이트 다음이 오프라인 모임 회원들이 그룹 채팅이나 일정 관리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앱 ‘캠프’를 내놨다.
학생들과의 소통하려고 여러 SNS를 두루 거친 초등학교 교사 김아무개씨는 “트위터가 광장이었다면 싸이월드는 집 같았다. 카카오스토리는 우리 동네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광장에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부대끼는 데 지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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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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