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이다. 스마트폰·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임 콘텐츠를 결합한 이 게임 시스템은 무선 네트워크 시대에 개인이 가장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SNG는 게임의 일상적 수용을 가능케 한다. SNG는 게임 플랫폼이 유저의 개인 사교 생활 안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현재의 컴퓨터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보다 더 확장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제는 온라인 컴퓨터 게임 공간 안에서 가상의 부족을 건설하는 시대에서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저들이 자신의 일상을 게임 서사로 만드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포스트 게임 라이프스타일’이라 부를 수 있다.
포스트 게임 라이프스타일은 게임이라는 매체를 따로 구분해서 정의할 수 없게 한다. 콘솔·컴퓨터·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들이 그 자체로 게임 플랫폼으로 전환된다면, 우리는 게임기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무선 네트워크 시대에 모든 미디어는 게임기기가 될 수 있다. 크로스미디어는 모든 미디어를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을 뜻하지만, 앞으로는 게임 매체와 게임이 아닌 매체를 서로 결합시키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매체를 영화 매체로 전환한다든지, 게임의 유희적 특성을 다른 놀이 콘텐츠로 변형하려 할 수 있다.
포스트 게임 라이프스타일은 미디어가 없는, 혹은 미디어가 사라진 게임을 상상할 수 있다. 미디어 없는 게임은 게임의 극단적 두 경향을 말한다. 한쪽은 미디어 없이 현실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로서 게임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몸이 게임의 캐릭터이자 유저가 된다. 제기차기·투호 등 전승 놀이에서 다방구·자치기·땅따먹기 등 근대적 놀이에 이르기까지 상업적 게임이 등장하기 이전에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든 놀이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유비쿼터스 기술 환경이 발전해 미디어를 시각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환영 효과로서의 게임을 상상할 수 있다. 게임의 모니터가 사라지고 대신 공중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하는 환영이 잡히거나, 인간의 몸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로 존재해 게임을 수행하는 일종의 ‘바이오-매체’(bio-media)의 출현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이미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3차원 입체 홀로그램의 일상화는 평면에 갇힌 미디어를 물리적 공간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홀로그램 게임의 출현은 미디어·공간·몸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게 될 것이다.
포스트 게임 라이프스타일은 상업시장에서 정의하려는 게임의 장르와 놀이 방식을 해체하려 한다. 이는 예술 감각의 극대화를 상상하고 게임의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확산하려는 이념을 갖는다. SNG가 기존 지배적인 게임의 개념을 해체했다면, 미래의 포스트 게임 라이프스타일은 SNG의 ‘네트워크’도 해체할 것이다. 이는 확정된 미디어를 거부하고, 이미지로 형상화된 게임의 서사를 지워버리면서, 새로운 차원의 가상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를 온전한 놀이 공간으로 대체할 것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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