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나는 서울 상도동에 살았다. 수업을 마치고 하굣길에 항상 노량진 학원가로 가서 전자오락실에서 놀았다. 지금으로 치면 노량진 경찰서에서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 이르는 길에 전자오락실이 즐비했고, 그곳은 항상 게임에 빠져 있는 ‘재돌이’ ‘재순이’들로 붐볐다. 그런데 어느 날 전자오락실에 새로운 게임이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다. 라는 게임인데, 동전을 넣으면 비행기 3대가 나오고 파리 같은 곤충 비행체를 쏘아 맞히면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게임할 때 소리도 멋있고, 총 쏘는 재미도 좋다는 말에 그날로 달려가 삼매경에 빠졌다. 당시 내가 즐기던 블록 게임에 싫증을 느낄 때쯤 가 나왔으니, 그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나는 불행히도 노량진에서 재수생 시절을 보냈는데, 그 힘들었던 시절을 버티게 해준 것은 중앙다방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전자오락실에서 신종 슈팅 게임 를 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 초반 한국의 전자오락실을 점령했던 는 일명 ‘뿅뿅 게임’으로, 슈팅 게임의 전성기를 열었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과 같은 1인칭 슈팅 게임과 비교하면 게임의 디자인, 스토리보드, 그래픽 기술 측면에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자오락실 전체를 지배했던 ‘뿅뿅’ 사운드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케이드 게임 최고의 아우라다. 파란색 곤충과 그 위에 빨간색 곤충, 그리고 맨 위에 대장급 녹색 곤충들이 화면 아래로 8자를 그리며 총을 쏘며 하강하면 내 비행기는 총알을 좌우로 피하면서 그 곤충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다 파란색 큰 곤충이 레이저를 쏘며 비행기를 납치하면 내 비행기는 화면 맨 위로 올라간다. 납치한 비행기를 끌고 그 곤충이 아래로 내려올 때, 잘 조준해서 제거하면 내 비행기가 구출되고 비행기는 쌍으로 합체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비행기가 합체됐을 때, 두 번째 스테이지가 끝나고 보너스 트랙에서 내려오는 곤충을 모두 제거하면 점수가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 장면이 초기 공략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후에 슈팅 게임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전투 맵이 이동해서 마치 실천처럼 공중전과 지상전을 모두 할 수 있는 , 그리고 영화 의 영향으로 거대 보스가 등장하고 다중 발사가 가능한 나 과 같은 탄막슈팅 게임이 199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3D 입체 그래픽에 슈팅 방식, 슈터 타입, 전투 맵의 지형이 다양한 슈팅 게임들이 나왔지만, 온라인의 이른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등장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슈팅 게임은 가장 원초적인 게임의 욕망을 발산한다. 바로 충돌, 즉 ‘죽음의 공포’와 제거, 즉 ‘생존의 쾌락’이 공존하는 것이 슈팅 게임의 원리다. 최초의 슈팅 게임인 나 최신 게임인 모두 제거와 생존의 본능이라는 게임 코드를 가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제거와 생존의 본능이 게임 안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비행기가 모두 죽으면 화면에서 ‘게임 오버’가 나오고 이내 ‘동전을 넣으세요’라는 시그널이 나온다. 와 같은 슈팅 게임의 재미는 ‘게임오버’를 당하지 않기 위한 전자오락실에서의 생존 본능에서 나온다. 그것은 아마도 동전을 모두 써버리고 허탈하게 전자오락실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다시 그 ‘뿅뿅 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던 어릴 적 기억을 반추한다. 불현듯 전자오락실에서 를 다시 하고 싶다.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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