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의 전장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무한 맵과 유한 맵. 전자는 희소성의 법칙이 괄호 쳐지는 비현실의 공간이며, 후자는 철두철미 현실의 경제 법칙이 적용되는 각성의 공간이다. 유한 맵은 또한 부자 맵과 가난한 맵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자원이 풍족해서 고급 유닛과 멀티를 볼 수 있는 맵과 어떻게든 초반에 끝장을 보지 않으면 곤란한 메마른 맵을 말한다. 는 이미 공식화된 몇 가지 빌드 오더에 따라 누가 더 빠른 속도로 자원을 캐고 유닛과 건물을 생산하느냐가 초반 승패의 관건이 된다. 물론 누가 더 빨리 상대 진영의 위치를 파악하느냐와 같이 다소 운이 따라줘야 하는 변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초반 게임 진행의 기본 패턴은 대체로 일정하다. 어떤 면에서 바둑의 정석과 마찬가지로 에도 합리적 전략의 패턴이 존재하는 것이다.
에서 게임의 승패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 물론 유닛 컨트롤과 같은 개인기 그리고 다소의 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와 같은 게임을 ‘전략’ 게임이라 부르는 까닭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전략이란 주어진 자원(SCV나 마린 같은 유닛이든, 미네랄이나 가스 같은 자연자원이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의 어원 ‘오이코스’가 집안 살림의 배치를 의미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는 그 자체로 ‘경제’ 게임이다.
만이 아니다. 의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깜찍하고 귀엽기 그지없는 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비디오게임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아이를 가진 집이라면 하나쯤 있을 법한 이 그렇다. ‘모든’이라고 단정할 순 없어도 ‘상당히 많은’ 게임이 장르와 형태를 불문하고 그 바닥에 ‘경제’를 깔고 있다. 게임 콘텐츠인지 소통의 매체인지 불분명한 나 각종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또한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내용·수단은 노골적으로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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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경제를 다룰 때, 그것은 대개 ‘자본’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힘은 가끔 현실만큼 끔찍한 악몽이 된다. 경제 개념을 가진 대부분의 게임에는 ‘돈 놓고 돈 먹는’ 물신적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서 우리는 부동산에 대한 욕망으로 금융자본의 덫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자신을 본다. 죽어라 열매 따고, 고기 잡고, 잡초 뽑고, 나비를 채집해도 결국 커지는 건 ‘너굴 상점’뿐이다. 그렇다면 은 자본의 부정성을 폭로하기 위한 마르크스주의자의 의식화 프로그램인가? 하지만 이 게임의 ‘즐거움’은 자본에 투항한 대가로 주어진다. 은 착한 주체들을 위한 게임이다. 금융자본에 몸을 맡겨 평생 빚을 키우면서도 눈에 보이는 아파트 평수에 집착하는 우리 말이다.
기존 게임의 권선징악 이데올로기를 비아냥거리고 삶의 지배적 가치에 시비를 거는 피터 몰리뉴의 게임들도 지배적 생산양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규칙에 따라 기량을 겨루고 승패를 판가름하는 기존 게임의 패러다임을 해체하는 윌 라이트의 시뮬레이션들 또한 경제는 버리지 못한다. 대부분의 비디오게임에서 경제는 희소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제로섬 상황이다. 게이머의 사명은 이러한 절명의 상황에서 저들보다 먼저 자원을 생산하고 채취해 상대적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다. 어떠한 면에서 게임은 자본의 가치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식하는 이데올로기 기구일지 모른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교수·언론광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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