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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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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이 맛집을 찾다

[KIN] 한 게임 하실래요? /
사회인맥 게임의 두 가지 길
등록 2011-01-14 13:51 수정 2020-05-03 04:26

최근 린든랩의 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서비스를 철수한 지 오래고, 미국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해가 갈수록 회원 수도 줄어들고 매출액도 격감했다. 몇 년 전까지 잘나가던 상황을 생각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는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를 내걸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지금은 이미지도 콘텐츠도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2003년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대단히 혁신적인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거의 10년 전의 일이 아닌가.

는 서비스 외적으로도 흥미를 끌었다. 무엇보다 게임인지 아닌지 논란을 일으켰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게임이 아니었다. ‘싸이월드’ 같은 사회인맥 서비스에 게임의 외양을 입힌 것에 불과해 보였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없는데 아이콘이 움직인다고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그것은 게임이었다. 어쩌면 다중접속게임의 최종 형태로서, 자유도를 극한으로 높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논란은 따로 있었다. 의 수익모델이 문제였다. 그곳은 가상의 재산을 현금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효과가 있었다. 저명한 정치인이 대선유세를 하고, 다국적기업이 홍보를 위해 입점하면서, 저잣거리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린든랩이 재물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반면 최근에 등장한 는 여러모로 와 대조된다. 그것은 위치기반 사회인맥 서비스 형태다. 식당·카페·학교·공공기관 어떤 곳이든, 사용자가 현실의 장소를 가상으로 ‘찜’(check-in)을 하며 의견을 남기는 방식이다. 한 줄 블로그에 지리정보를 결합했다고 보면 되겠다.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공이 컸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게임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찜을 많이 할수록 점수가 올라가며(배지획득), 최고 득점을 한 사람이 그곳을 가상으로 점유한다. 는 ‘시장’이라고 명명한다. 새로운 지역의 개척, 개척된 지역의 관리, 이 두 가지는 경쟁을 유발하며, 고득점을 조장한다. 게임을 표방하지 않았지만, 게임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까지 뚜렷한 수익모델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사용자의 의견은 훌륭한 마케팅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맛집을 구태여 검색할 필요 없이, 걷다가 휴대전화를 켜고서 이곳이 어떤지 의견을 참고하면 충분하다. 입소문에 딱 맞는 것이다.

경제의 측면에서 와 는 극명하게 갈라진다. 는 현실을 가상에 그대로 번역한 형태로서, 오직 돈줄만이 두 곳을 오고 간다. 현실과 가상을 마주하게 해놓은 셈이다. 반면 는 현실에 가상의 옷을 입혀놓은 형태로서, 정보만이 흘러간다. 요즘 유행하는 증강현실의 전략이랄까. 마케팅의 수단이 되겠지만, 처럼 매매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전자가 가상에서 현실경제를 추구했다면, 후자는 현실에서 가상경제를 추구한 셈이다.

덤 하나. 지난해 는 소유권 문제로 집단소송이 벌어졌다고 한다. 돈이 걸리니 법이 걸리는 것은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김상우 기술미학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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