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이른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를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하는 것에 합의했다. 동시에 16살 이하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쉽게 말하면 16살 이하 청소년은 게임을 하려면 인증 절차뿐 아니라 친권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고,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그 어떤 게임도 할 수 없게 된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를 접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왜 만 16살 미만은 안 되는가? 왜 자정부터 새벽 6시에는 게임하면 안 되는가? 인터넷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은 상관없는 건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은 차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왜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하는가?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매체·물건·장소 등을 규제하는 법이다. 기존에 문화적 표현물에 관한 규제는 대부분 매체를 심의해서 등급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는 매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이용 시간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문화적 표현물을 심의하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매체의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사례는 없다. 매체와 시간을 동시에 규제하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는 중세 시절 개인의 신체와 공간을 제한하려 했던 근대 감옥의 탄생과 원리가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경쟁과 소외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이고 저렴한 놀이다. 입시와 성적의 중압감에서 빠져나와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의 공간이자 시간이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은 게임이용 연령, 시간, 콘텐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거의 없다. 폭력적 성향의 청소년 게임 과몰입은 게임 자체가 아닌 오히려 그 아이를 방치한 가족·학교·사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왜 하루 종일 게임을 할 수밖에 없을까? 왜 스스로 게임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을 상실할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제도로는 심각한 상태에 놓인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주변 환경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은 어떤 게임을 셧다운시키면 어른의 아이디를 도용해 다시 게임을 할 것이고,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으면 콘솔게임을 하거나 다른 불미스러운 일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과 같은 문화 여가활동의 기본 권리를 억지로 규제하려는 폭력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공포사회를 연상하게 만든다. 한편으론 이미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게임업계를 상업적으로 비난하며, 청소년보호법에 규제 조항을 신설해서 게임 매체를 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권력욕을 엿보게 한다.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길 원한다면, 차라리 법적 규제보다는 윤리적·도덕적 설득과 배려가 효과적일 것이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라는 공포는 인격의 주체로서 청소년, 문화로서 게임의 공존을 거세시켜버린다. 그러니 실효성도 없고 위헌적 소지를 안고 있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도입을 중단하기 바란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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