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지금 회복 중일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침체 일로를 걸었던 금융시장의 현재는 바닥을 쳤던 2008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짝이는 회복세 뒤에는 반전처럼 섬뜩한 전망들이 그림자처럼 드리워 있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기가 회복세 이후 다시 하강하는, 이른바 더블딥이 찾아 올 것이라 말하며 ‘제3의 대공황’을 주장하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더블딥까지는 아니지만 경기회복세가 ‘U’자 형태를 띠면서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font color="#00847C">호황의 거품은 재앙처럼 꺼진다</font>
조목조목 논거를 대며 세계경제의 침체를 말하는 이 비관론자들은 사실 경제 상황의 악화를 주장한다기보다 예견을 통해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한다. 루비니는 자신의 책 (청림출판 펴냄)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위기를 기회 삼아 개혁을 시도하라고 말한다.
미국의 투자 컨설턴트 나심 탈레브는 예측 불가능하고 개연성이 희박하지만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는 현상을 ‘블랙 스완’이라고 불렀다.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한 금융위기를 두고 경제학자들은 블랙 스완이라 칭했다. 그러나 루비니는 금융위기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의 세계경제를 두고 ‘화이트 스완’을 주장한다.
그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한 해 전인 2006년 국제통화기금(IMF) 강당에서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경제위기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12단계 붕괴론’이라고 일컫기도 하는 그의 발표는 미국 주택 시장이 바닥을 치는 1단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확대되고 소비자의 신용 부실, 대형 은행 파산, 주가 급락, 금융기관 매각 등으로 이어지는 12단계까지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이어졌다. 자리에 있던 학자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1년 뒤 그의 주장은 착착 들어맞아갔다.
같은 논리로 그는 다가오는 경제위기도 예측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위기란 대부분 거품경제에서 시작된다. 투자자가 호황기에 한몫 잡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 또 다른 투자를 창출한다. 빚을 내 만든 수익이 이리저리 거품을 만들며 퍼져나가다 보면 너도나도 빚을 내 투자를 감행한다. 대출한 돈으로 수익을 만들다 보니 가계저축률은 바닥을 치고 투자한 돈이 부풀어가니 소비는 늘어난다. 빚에 기반한 소비 형태는 그 뿌리가 탄탄하지 못하다. 쉽게 무너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지만 부푼 거품에 갇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거품 자산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부풀어오르던 거품은 상승을 중단하고 일시적으로 푹 꺼진다. 완만한 하강이 아닌 일시적 급락은 거품 속에 갇힌 이들에게 재앙처럼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호황과 거품·불황의 상관관계, 자본주의와 경제위기의 연관성부터 시작해 케인스·마르크스 등 경제학자의 논리 등을 훑으며 독자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이해를 전한다. 그리고 은밀하고 불투명한 금융상품의 폐해, 정부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책임지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며 위태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는 시장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또박또박 비판한다.
<font color="#C21A8D">위기마저 낭비하지 말라</font>
그는 지금의 위기를 두고 “그냥 낭비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진부하게 말하자면 위기는 기회의 발판이다. 효율성과 회복력이 있다고 믿어온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면 과감하게 그 유효기간이 끝났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위기가 제공하는 변화의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 것, 더 끔찍한 위기의 씨앗을 뿌리는 잘못을 자초하지 말 것. 그가 전하는 위기대처법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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