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드럼 물동이는 ‘부족 소비자’를 위한 디자인의 예다. 큐 드럼을 사용하면 적은 힘을 들여 물을 길어 나를 수 있다. 미술문화 제공
한국의 수도 서울은 디자인 도시를 표방한다. △비우고 △통합하고 △더불어 디자인하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을 4대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반듯하게 자른 화강암으로 도로를 조성하고, 조악했던 간판을 ‘통합’해 교체하고, 가로수를 뽑아 다른 종류의 나무로 바꿔 심고, 길가의 노점도 교체했다. 서울시는 이렇게 “거리의 모든 구성요소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해 문화와 소통의 요소를 함유하고 삶과 지역 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만들어가겠다”고 한다.
〈디자인 액티비즘〉
‘착한 디자인으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다’라는 부제를 단 (미술문화 펴냄)은 서울의 디자인 도시 전략과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저자가 권하는 ‘디자인 행동’은 서울시의 그것과 다르다. 서울시의 야심찬 도시계획은 책에 담긴 문맥과 끊임없이 상충한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기획자·교육자·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알라스테어 풔드 루크(영국 플리머스예술대 교수)는 허버트 사이먼의 말을 빌려 디자인을 ‘기존 상황을 더 나은 것으로 옮겨가는 행위’라고 말한다. 디자인은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환경·사회·생산 등 모든 요소에서 여러 방식과 수단으로 작용하므로 저자는 행동하는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나비효과’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스프라우트 디자인의 ‘REEE 체어’에는 버려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같은 것이 의자의 재료로 녹아들어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물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이러한 예는 소비자들에게 재활용의 가능성과 그 결과물을 ‘미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한 명의 제품 디자이너가 선택한 재료가 지구를 살리는 데 한 사람의 노력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 행동주의자들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환경·정치 운동 등의 문제의식을 고취한다.
책은 지구환경과 기후변화, 자원 고갈 등은 물론 기아와 경제적 불평등, 빈곤의 문제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특히 저자는 “인간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지구는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생태계는 다양성 감소를 향해 돌진”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백만 생물 중 10만여 종이 단 하나의 종,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혹사를 통해 인간은 모두 행복해졌을까?
오늘날 세계 인구 67억 명 중 80%에 이르는 54억 명이 식수조차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열악한 상태에 놓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 80% 인구를 ‘부족 소비자’라고 칭한다. 그리고 나머지 20%는 절약을 모르는 ‘과소비자’들. 이 20%의 인구가 세계 자원의 약 83%를 소비하고 있다니 불공평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저자는 20%의 과소비자들의 소비를 자제하게 하는 디자인과 80%의 부족 소비자들을 위한 디자인 물품들을 지구 곳곳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토머스 매튜스가‘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강조하기 위해 영국 런던 중심가에 개점한 ‘물건을 팔지 않는 상점’(No Shop)이나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물의 양을 그린 팀 케르케리츠의 포스터가 과소비자를 타깃 삼은 것이라면, 아프리카 아이들이 쉽게 물을 나를 수 있도록 디자인한 ‘큐 드럼’ 물동이(그림),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세라믹 필터가 들어 있어 고인 물을 마셔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명 빨대’ 같은 것은 부족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디자이너의 클라이언트가 주로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환경’과 ‘인간’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그의 문장을 읽고 나서 디자인 도시 서울이 바라보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누구인지 묻고 싶어졌다. 새 가로수에 자리를 내주고 뽑힌 기존 가로수는 생명이 없는 것처럼 거칠게 다뤄졌다. 깨끗하게 정비했다는 구두 수선 노점에 들어간 수선공들이 말하는 디자인 노점은 차양이 짧아 비가 들이치고 창문이 작아 호흡이 갑갑한 곳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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