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권)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박정자·변광배·윤정임·장근상 옮김, 나남 펴냄, 각 권 3만8000원
은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80·사진)의 후기 사상을 대표하는 저서다. 프랑스 지식계를 뒤흔들었던 1960년대 실존주의-구조주의 논쟁의 진원이 된 저작이기도 하다. 1960년 1권(한국어판 1·2권) 출간 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에서 사르트르 저서를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논쟁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그 논쟁을 타고 이른바 ‘구조주의 시대’가 열렸다. 미완으로 남은 2권(한국어판 3권)은 사르트르 사후인 1985년 유고 상태로 출간됐다. 1권이 출간된 지 50년 만에 이 기념비적 저작 전체가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딱딱하게 굳은 마르크스주의, 인간은 어디에이 사르트르 후기 사상을 대표한다는 말은 곧 그의 후기 활동을 종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그는 현실 자체와 마주치게 된다. 이 시기에 그는 ‘첫 번째 개종의 경험’을 하게 된다. 종전 이후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소련의 ‘동반자’ 길을 걷기 시작한다. 1952년 사르트르는 ‘두 번째 개종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는 공산주의와 자신을 거의 일치시켰다.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반공산주의자는 개다. 나는 평생 결코 공산주의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56년 소련이 헝가리를 침공하자 그는 다시 공산주의와 거리를 두었고, 이후 미국도 소련도 아닌 제3세계 사회주의 혁명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은 바로 이 20년에 걸친 정치적 실천이 사상으로 응축된 작품이다.
이 저작의 출발점이 된 것은 ‘1957년의 실존주의 상황’을 주제로 한 글을 써달라는 폴란드 잡지사의 요청이었다. 거기에 응해 쓴 글이 이 책의 서두에 놓인 ‘방법의 문제’다. 170쪽 분량의 이 글이 사실상 결론에 해당하는데, 그 뒤의 본문은 이 결론에 이르는 긴 도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방법의 문제’는 원제가 ‘실존주의와 마르크스주의’였는데, 이 제목이 주장의 요체를 좀더 쉽게 파악하게 해준다.
사르트르의 관심은 마르크스주의에 실존주의를 수혈하는 데 있었다. 그가 보기에 당시 마르크스주의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마르크스주의가 역사의 주체인 인간 각각의 삶을 사물로, 대상으로만 취급할 뿐 살아 있는 실존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진단이었다. 세계를 창조하는 살아 있는 주체를 불러들임으로써 마르크스주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그러려면 역사 창조의 주체인 인간에게 합당한 지위를 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인간학을 정립해야 한다.
“자기 사유에 갇힌 포로” 레비스트로스의 비판그런 구상에 입각해 이 책에서 세워나가는 것이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인간학’이다. 전기의 가 나(개인)와 타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주제로 삼고 있다면, 이 후기의 대작에서는 그 개인이 집단적 주체를 이뤄 역사적·사회적 지평에 선다. 이 인간 집단이 역사와 사회를 만들고 다시 역사와 사회가 인간 집단을 제약하고 형성하는 이중적 과정이 변증법적 과정이고, 이 변증법을 포착하는 이성이 ‘변증법적 이성’이다. 은 이 이성의 힘과 한계를 시험하고 탐구하는, 다시 말해 칸트적 의미에서 ‘비판’하는 저작이다.
이 웅장한 작품은 곧바로 혹독한 공격을 받았다. 출간 이듬해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 저서 의 한 장(‘제9장 역사와 변증법’)을 할애해 사르트르를 “자기 사유에 갇힌 포로”, 서구문화 안에 갇힌 존재라고 비판했다. 사르트르가 서구 문명인 사회만 ‘참된 변증법’의 대상으로 보고, 이른바 ‘미개사회’를 저차원으로 깔아뭉갰다는 것이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사르트르의 주체였다. 사르트르가 역사 창조의 주인공이라고 본 그 주체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구조의 효과’, 곧 구조가 만들어내는 결과로 보았던 것이다. 옮긴이들은 구조주의 맹위에 밀려 사르트르의 주체가 모욕받은 채 후퇴했지만, 이제 그 구조주의도 퇴각한 마당에 사르트르의 주체는 다시 주목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고명섭 기자 한겨레 문화부문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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