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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외

등록 2010-06-16 20:57 수정 2020-05-03 04:26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
신무광 지음, 왓북(02-338-2180) 펴냄, 1만3천원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스포츠 전문 기고가로 활동 중인 재일 조선인 신무광씨가 재일 조선인 축구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아픔과 성공담을 책으로 펴냈다. 정대세·안영학 등 한국에 잘 알려진 선수뿐 아니라 량용기·리한재·박강조·정용대·정이세 등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선수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재일 축구의 역사를 일궈온 김세형·김익조 부자, 김명식, 김종성 등 원로들의 회고담도 구수하다.

성장기 내내 북한을 조국으로 인식해온 지은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취재를 하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재일 조선인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은이는 선수들의 내면에 가까이 다가가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책은 축구장 뒤에서 편견과 싸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재일 조선인 선수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정대세는 “재일(자이니치)이라는 숙명을 보듬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그의 조국은 한국도 북한도 일본도 아닌,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 ‘재일’이다. 아버지를 따라 한국 국적을 받은 정대세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북한 대표가 됐다. 하지만 북한 축구팀의 수비적인 전술이나 폐쇄적인 분위기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네가 그렇게 잘났니?” 어머니와 조선학교 스승의 따끔한 질책을 받고 정대세는 북한팀에 마음을 열어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마음을 열자, 북한 선수들의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승부를 돈과 연결짓지 않으며, 축구장 뒤에서 다른 선수의 흉을 보지 않으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각별했다. 이렇게 ‘우리 선수’들은 축구를 통해 한국-북한-일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아프리카 야생중독〉

〈아프리카 야생중독〉

〈아프리카 야생중독〉
이종렬 사진·글, 글로연(02-325-9889) 펴냄, 1만5천원

탄자니아 세렝게티 ‘현장’에서는 하루 종일 사자를 따라다녀도 하품하는 장면 한 컷 얻기 힘들다. 하루 촬영료가 100달러가 넘고 탄자니아 정부는 동물 보호 목적으로 극소수에게만 국립공원 오프로드 허가를 준다. 휴고 반 라윅 이후 처음으로 세렝게티 무상출입 촬영권을 획득한 저자의 책에는 그래서 세 번째 페이지에, 아기 사자가 하품하는 사진 정도는 가뿐히 실려 있다. 페이지마다 아프리카에 중독된 시선으로 담은 야생의 평화와 긴장, 고요와 소란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은진 옮김, 살림Biz(031-955-4667) 펴냄, 3만원

기업이라는 브랜드는 일상의 면면에 적극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그들의 ‘보기 좋은 떡’ 뒤에 숨은 시커먼 속내는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만 놓고 선택할’ 권한을 침해하는 것 이상이다. 브랜드로 인해 변한 노동 환경은 노동자에게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 사이의 고민이 아닌 나쁜 직업과 무직 사이의 선택을 강요했다. 1999년 출간 이후 폭발적 반응을 얻은 이 책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브랜드에 노출된 삶을 사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자유방목 아이들〉

〈자유방목 아이들〉

〈자유방목 아이들〉
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 홍한별 옮김, 양철북(02-335-6408) 펴냄, 1만2천원

아이들을 “세균, 나쁜 사람, 무릎이 까지는 것” 등으로부터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쓸데없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헬리콥터’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자유방목’하라고 말한다. 유아 무릎보호대를 사는 대신 유아 안전 산업 전체에 맞서고, 부모에게 뭐든 못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를 멀리하라고 한다. 저자 리노어 스커네이지의 이름은 구글에서 ‘미국 최악의 엄마’(America’s worst mom)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2008년 당시 아홉 살이던 아들을 뉴욕 지하철에 태워 혼자 집까지 오게 했다는 이유다.


〈오늘 나는 푸른색 풍선이 되어 도시를 헤매었네〉

〈오늘 나는 푸른색 풍선이 되어 도시를 헤매었네〉

〈오늘 나는 푸른색 풍선이 되어 도시를 헤매었네〉
오신 지음, 해울(051-405-6068) 펴냄, 9천원

동성애자 시집이다. 낮에는 직장 생활, 밤에는 음악 작업을 하는 남성동성애자 오신의 시에는 ‘진짜 게이’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에서 30대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작가가 생활에서 부딪히는 일들이 시의 주제다. 거기엔 아버지와 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 애인과의 작별이 있다. 그는 “내게/ 성인이 된다는 건/ 문을 많이 만드는 일/ 작은 문/ 커다란 문/ 셀로판 비닐이 붙은 문… 난 오늘도/ 열쇠 꾸러미를 손안에 꼭 움켜쥐고 있다”(‘문을 열어줘’)라고 동성애자로서 경험을 회고한다. 때로는 “어쩌면 오늘 나는 에이즈에 걸렸을지 몰라”(‘시네마 모텔’)라는 고백처럼, 이성애자와 다른 세상을 사는 모습도 담겼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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