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선호 지음, 인물과사상 펴냄, 1만8천원
‘뉴욕’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시크한 라이프스타일, 첨단을 걷는 패션 피플, 그들이 즐기는 브런치 등 세련된 문화…. 그간의 뉴욕에 대한 책도 위의 이미지를 부추겼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위에 열거한 문화를 만끽한 뒤 경험을 종합하여 진짜 뉴요커(라기보다 스타일)를 알려준다.
책 모양새로 언뜻 판단하기에는 도 비슷하다. 그런데 저자는 뉴욕이 한국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브런치’를 말하는 것부터 다르다. 1939년 가 언급할 때만 해도 브런치는 ‘아점’처럼 어색하고 촌스러운 느낌의 말이었다. 한 요리사는 주중에 쓰다 남은 신선하지 않은 재료를 브런치에 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레스토랑 노동자는 브런치를 싫어한다. 브런치를 대접하기 위해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는 것이다. 뉴욕은 레스토랑의 음식값이 다른 도시에 비해서 싼 편이다. 저임금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먹는 사람과 브런치를 만드는 사람. 저자는 이렇게 두 개의 뉴욕을 본다. 공원의 평화로운 음악 연주자 옆에서 노숙자가 구걸을 하고 다닌다. 는 ‘뉴욕에 관한 두 가지 다른 서사’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범죄가 만연하고 타락한 곳에서 안전하고 활기찬 도시로 새롭게 태어난 도시요, 다른 하나는 가장 급진적이고 민주적이던 제도를 구가하던 곳에서 신자유주의의 실험 장소로 다시 태어난 도시다.
저자는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들을 등장시켜 뉴요커를 다시 정의한다. 뉴욕은 이민의 역사가 층층이 쌓인 도시다. 초기 네덜란드·영국인에서 시작해 이민은 지금도 이어진다. 1990년대 130만여 명이 뉴욕을 떠났는데, 새로이 120만여 이민자가, 25만여 명의 미국인이 뉴욕으로 들어왔다. 티베트 승복을 입은 승려, 검은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유대인, 자전거를 탄 힙스터와 카트를 끄는 홈리스… 이들이 모두 뉴요커다. 뉴요커란 계급·인종·성별 뭐라고 특정할 수 없는 종족이다.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이숲(02-2235-5580) 펴냄, 1만2천원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하종강이 여자 이야기를 썼다. 노동조합원 아주머니 등 여성 노동자도 있지만 가판대 할머니, 미용실 원장 등 그냥 ‘여자’도 있다. 저자의 24년 단골 미용실 원장이 책의 문을 연다. 미용실 원장은 그의 첫 머리를 깎은 ‘언니’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의 머리를 깎는 도중 원장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 원장은 엉엉 울면서 머리를 계속 깎았다.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진짜 노동자다.
곽준혁 지음, 한길사(031-955-2036) 펴냄, 1만7천원
한길사가 새롭게 펴내는 한길 인문학문고 ‘생각하는 사람’ 시리즈 첫 책. 고려대 곽준혁 교수(정치외교학)가 정치철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석학 5명과 나눈 대담을 정리했다. 다문화·탈민족을 포괄하는 민족주의 이론가 데이비드 밀러, 쟁투적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급진 민주주의 이론가 샹탈 무페, 민주교육 이론가 에이미 것만 등을 만났다.
김동욱 지음, 글항아리(031-955-8897) 펴냄, 1만5천원
12가지 대분류 아래 고정관념, 조작, 동성애, 연쇄살인, 조기어학교육, 아파트 등 59가지 주제로 동서양의 역사를 살펴본다.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역사를 뒤집어본다. 저자는 토머스 바필드 보스턴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만리장성은 외적 방어를 위해 쌓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자 ‘국’(國)에서 보듯 나라란 자고로 성곽에 둘러싸여야 하겠기에 쌓았다. 기자인 저자가 틈틈이 공부하며 올린 블로그 글을 모았다.
자오쯔양 지음, 바오푸 정리, 장윤미·이종화 옮김, 에버리치홀딩스(02-745-8815) 펴냄, 2만6500원
자오쯔양은 중국 톈안먼 운동 때 광장에 모인 학생들을 독려하고 무력 진압에 반대하다 덩샤오핑에게 숙청된 총서기다. 16년의 가택 연금 중 그는 과거를 회고하며 구술했고, 그를 보필하던 비서의 아들이 이를 정리했다. 자오쯔양이 북한에 체류하던 중 덩샤오핑이 4·26 사설을 발표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 당시의 긴박한 상황, 톈안먼 운동의 배경이 된 당내 정치 갈등 등을 그린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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