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지음, 느린걸음(02-733-3773) 펴냄, 7500원
고려대생 김예슬씨의 ‘대학 거부 선언’은 학벌 카르텔에 묶인 모든 이의 가슴을 정확하게 찔렀다. 한동안 인터넷에 환호와 비아냥이 들끓었고 이내 잠잠해졌다. 그것은 해프닝이었을까.
김예슬씨가 ‘대학 거부 선언’의 뒷이야기를 모은 책을 펴냈다. 는 100여 쪽의 작고 날렵한 팸플릿 같은 책이다.
김씨의 선언은 세 개의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첫 번째는 2005년 ‘고려대 삼성 사태’다. 이건희 회장이 400억원을 기부한 뒤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학교에 왔고, 일부 학생이 이를 저지하려다 출교까지 당했다. 두 번째는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사건이다. ‘글로벌 코리아’는 강대국의 불의한 전쟁에 침묵했다. 세 번째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뉴욕에서 “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다”라고 말한 사건이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종업원으로 전락했다고 느낀 김씨는 눈물을 흘렸다. “고려대학교는 삼성과 ‘글로벌’과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이 되었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는 “우리 사회 진보가 충분히 래디컬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래디컬하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뿌리까지 파고 들어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태도다. 그는 핀란드식 공교육을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하는 진보를 믿지 못한다. 대학 졸업장이 자격증으로 전락한 시대와 이를 이끈 대학·국가·자본의 동맹에 그는 ‘래디컬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한다.
김예슬씨의 선언은 하나의 사건이다. 모든 사건의 의미는 사후에 결정되며 논란의 잔해 위에 서서히 드러난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는 경제성장을 위해 숙련 노동자를 찍어내는 기계였고 국가와 학부모와 학생들의 거대한 공모를 통해 유지되었다. 이 공모에서 학생들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계속 돌을 던져왔고 앞으로도 누군가가 돌을 던질 것이다. 김씨는 지금 학교를 자퇴하고 사회단체 ‘나눔문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정은 옮김, 브렌즈(02-363-0483) 펴냄, 2만2천원
오스트레일리아의 머리강은 바다를 앞에 두고 멈춘다. 요르단강은 요르단에 이르기 전에 말라 있다. 인도의 갠지스강은 건기에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 전세계의 강이 말라가고 있다. 강물의 흐름을 바꾸고 수km 깊이로 구멍을 뚫어 물을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강을 누빈 역전의 노장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목표인 홍수 예방, 수질 개선, 근사한 자연경관 조성은 모두 ‘달성 불가능’이라고 단언한다.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김수행 지음, 애덤 스미스 원저, 두리미디어(02-338-7733) 펴냄, 1만5천원
김수행 교수가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방임주의’로 잘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보이지 않는 손’은 에 딱 한 번 등장한다. 그리고 이 말은 ‘시장만능주의’를 위해 쓴 말이 아니다. 은 상품의 가치와 가격, 임금·이윤·지대 등 경제학의 체계를 세운 책이다. 책의 주요한 물음은 국민을 부유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불의’에 대항한 혁명가라고 말한다.
야마다 마사히로 지음, 장화경 옮김, 그린비(02-702-2717) 펴냄, 1만7900원
일본 가족의 구조 변동을 경제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가족 변화의 주요한 계기는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다. 고도경제성장기에서 저성장기로 바뀌면서 만혼과 미혼이 많아졌다. 결혼하더라도 생활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사라져서다. 이러한 경향은 종신고용이 붕괴되는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심화된다. 저자는 ‘기생적 싱글’ ‘신 전업주부 지향’ ‘결혼 활동’ 등 다양한 개념어를 만들어냈다.
존 포데스타 지음, 김현대 옮김, 한겨레출판(02-6383-1607) 펴냄, 1만2천원
저자는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고, 오바마 정부 출범 때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책의 ‘진보’는 민주당 진영이 정책적으로 실현하려 하는 ‘진보’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이가 적절한 소득을 얻게 하는 경제 정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겪은 긴 진통 과정을 보여주고 공교육 제도의 개혁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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