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들어 와 같이 ‘여자’ 드라마가 봇물이라는 기사를 봤다. 이런 말이 붙으면 ‘여자 드라마’라고? 시비를 걸고 싶어진다.
여자가 남자보다 드라마를 많이 본다. 여성 중 38.1%가 거의 매일 드라마를 본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18.4%만 그렇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면 여자가 많이 보는 드라마와 남자가 많이 보는 드라마도 다른가? 실제 최근 주간 시청률을 성별로 분류한 것을 보면 전체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1위부터 3위까지가 --로 똑같지만, 4·5위에서 여자들은 와 를, 남자들은 와 을 많이 보았단다.
남자보다 여자가 많이 보는 같은 드라마를 ‘여자’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억지스런 시아버지의 고집이 무한 반복되는 걸 여자들이 더 좋아할 리 없으니, 일일 드라마 메뉴의 빈약함 때문으로 보고 패스. 보는 내내 헤벌쭉하게 만드는 식스팩의 향연들을 여자 드라마라고 부르기는 쑥스럽고, 최루성 멜로 또한 그렇게 볼 이유가 없다. 모름지기 ‘여자’ 드라마라면, 여자로 느끼는 즐거움이나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문제를 드러내고, 그 근원에 다가가려는 노력의 흔적 정도는 보여야 할 터다. 일찍이 주찬옥 본좌의 (1990)처럼 노골적으로 여자의 일생을 다루겠다고 선포한 드라마가 있었고, 시리즈도 그맘때 여자들이 어떤 고민을 왜 하게 되는지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근 몇 년간 있었던 시도 중 가장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지난 3월25일 종영한 다. 비록 명성에 밀려 시청률은 10%를 겨우 넘나들었고, 호기로운 ‘기획 의도’에 못 미치는 뒷심이 못내 아쉬웠지만, 매회 다루려고 했던, 그리고 그중에 몇몇은 정말 제대로 다루기도 했던 임신과 출산의 문제들은 제법 ‘진실’에 다가섰다.
물론 이 선생(고주원), 왕 선생(서지석), 안 선생(송중기)의 므흣한 비주얼이 큰 기쁨이었고, 뒤쪽으로 갈수록 “병원에서 연애하면 메디컬 드라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지만, 병원 드라마로는 드물게 환자 이야기가 ‘찐하게’ 드러나고(이것도 처음에 비해서는 나중에는 후다닥 설명하고 잊을 만할 때 나타나 서둘러 마무리된 에피소드가 있긴 했다), 주인공 여의사가 임신이라는 공통된 경험에서 환자를 공감하고, 같은 방식으로 여자 시청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하여 아무리 ‘저출산 극복’을 외치고 ‘낙태는 살인’이란 당위를 들이대도, 임신과 출산이 최후 고독의 순간에는 오롯이 ‘여성’의 몫임을 보여주었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어버이날 노래는 “아버지 날 낳으시고…”인 거지? 하도 하는 게 없어서, 도저히 ‘기른다’고는 할 수 없으니 생물학적으로 그거라도 한다는 뜻? 시즌2에서는 부디 남자들 이야기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아니, 산부인과 병원에 같이 가는 남자들이 많아지는 게 먼저겠지.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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